초강력 태풍 '매미'로 입은 피해에 대해 법적 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까. 관건은 관리책임자의 과실입증.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구체적으로 피해액을 입증하고 관리책임을 맡은 당국의 과실이 명백한 인과관계를 가질 때에만 배상을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천재지변적 성격이 워낙 강한 경우 '예방적 관리책임'입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수재민들의 법적소송을 통한 피해보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남 마산시 해운동의 해운프라자 건물 지하 침수로 10여명이 수몰된 사고와 유사한 경우로는 작년 10월 서울지법이 낸 판결.재판부는 건물 침수로 지하층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김모씨 유족이 한 건물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비상탈출구를 마련하지 않은 건물주의 책임을 물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제방 붕괴로 농경지가 침수됐을 경우에도 시의 관리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2001년 서울고법은 성남시 동막천 둑이 무너져 피해를 본 사람들이 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시가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민이 집단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 등에 재해 피해의 원천적 책임을 물어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례는 드물었던 게 사실. 88년 집중호우 침수피해를 당한 서울 마포구 망원동 주민 1만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경우 법원은 주민들에게 10만원에서 최대 1백여만원의 위자료 배상판결을 내렸지만 유수펌프장 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하지는 않았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