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매미'가기록적인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긴 했지만 상습 피해지역은 이번에도 또 다시 엄청난재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져 부실하고 엉성한 복구공사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충북 영동과 강원도 강릉 등 작년 태풍 `루사'의 집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의 경우 복구공사가 마무리된지 채 몇달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수마'에핡퀸 것으로 나타나 실적에 치중한 주먹구구식 복구공사가 화(禍)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부실시공이 뻔히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공사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무리하게공사를 밀어붙이거나 우선순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한데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견실하고 항구적인 복구공사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궁촌리는 지난해 인근 지방 하천인 궁촌변 강물이 들이닥치면서 큰 피해를 입은 뒤 10개월 가까이 복구공사가 진행됐지만, 정작 주민들이 요구한 마을쪽 하천변 옹벽을 쌓지 않는 바람에 이번 `매미'의 내습에 마을이 폐허가 되고 말았다. 주민들은 "당국이 지형을 감안한 옹벽은 만들지 않고 흙과 돌로 허술하게 둑을쌓은 뒤 엉성한 돌망태를 씌운 게 화를 불렀다"며 "특히 씌운지 며칠 안된 돌망태가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것을 보면 공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주변 주민들도 수만평의 농경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침수돼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은 엉성한 복구공사때문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경지 상류지역에 지난 2000년 대규모의 택지가 건설된 이후 유량이늘고 유속이 빨라지면서 수해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여름 태풍 `루사'가닥친 이후 실시한 수해복구도 흙을 쌓는데 그쳤다"며 이번 피해는 천재가 아닌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논과 밭, 산이던 지역에 대규모 신시가지가 개발돼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데도하천 폭을 늘리지 않았고, 폭우로 인해 하천 바닥이 매년 높아졌음에도 정비가 되지않아 작년 강수량의 3분의 1 수준인 이번 태풍에 맥없이 당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오전 발생한 경북 의성군 구천면 미천리 미천둑 붕괴도 부실공사에서비롯됐다고 주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주민들은 작년부터 미천2리와 낙동강 지류인 위천을 가로막고 있는 둑 아래에서물이 땅 밑에서 솟구치는 현상이 발생해 작년 10월부터 올 3월 보수공사를 벌였음에도 이번 태풍으로 강물이 불어나자 90m 가량의 둑이 무너지고 말았다며 보수공사 6개월만에 안되는 둑이 무너진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년 큰 수해를 입었던 경북 김천지역도 복구공사가 지연되면서 이번 태풍에 또다시 저수지 둑이 붕괴돼 도로와 가교 등 10여곳이 유실되거나 파손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재해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원상복구 원칙을 보완한 항구 및 개량복구체계 도입 ▲재해영향평가제의 내실화 ▲각종 시설기준 보강▲수해 원인조사 제도화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하며, 특히 주민들 스스로도 재해로부터 지역공동체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강릉.영동=연합뉴스) 유형재.박병기.김용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