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간 대구.경북지역은 지역별로 본격적인 피해상황 파악에 나서면서피해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13일 오후 2시 현재 9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으며 24명이 부상하는 등 38명의 인명피해를 냈고 가옥 900여채가 침수돼 2천여명의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초속 30m가 넘는 강풍으로 전신주와 가로수가 넘어지면서 19만여가구에 전기공급이 중단됐으며 동해안 가두리양식장이 유실되고 어선 4척이 파손되는 등 수마가할퀴고 간 상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명피해 = 13일 오전 3시30분께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음리 곽남순(65.여)씨집이 불어난 물에 유실되면서 집안에 있던 곽씨가 현풍천에 휩쓸려 숨졌고 같은 시각 경북 영양군 일월면 가곡리 주택에서 불편한 몸으로 혼자살던 조숙영(62.여)씨가불어난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0시 50분께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리 방동규(43)씨 집 뒷산에서 산사태가발생, 흙더미가 방씨의 집을 덮쳐 잠자던 방씨와 방씨의 아들 주환(15)군, 어머니정옥연(83)씨 등 일가족 3명이 매몰, 실종됐다. 오전 1시 10분께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비례동 장수복(73)씨 집 뒷산에서산사태가 발생, 흙더미가 장씨의 집을 덮쳐 장씨의 손자 은우(11)군이 숨졌고 아들영철(45)씨 등 추석을 쇠러왔던 일가족 2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오전 1시께 영덕군 영해면 대진2리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토사가 최득로(34)씨의 집을 덮쳐 최씨가 숨지고 최씨의 동생 득필(31)씨 등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전 1시 20분께 군위군 부계면 남산1리 신동식(54)씨 집 뒷산에서도 산사태로신씨의 부인 이난희(49)씨가 매몰, 숨졌으며 오전 0시 50분께 대구시 남구 봉덕동중동교 아래 신천에서 50~60대 남자의 익사체가 발견됐다. ▲침수 = 12일 오후 10시께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 대명천이 범람하면서 주변도로 20여㎞가 침수되고 범람한 물이 성서공단 내 '동국단지'로 흘러들어 이곳에 입주해 있던 20여개 공장 대부분이 일부 또는 완전 침수됐다. 특히 성서공단에서 발생한 오.폐수를 처리하는 '성서공단 환경사업소'가 침수되면서 오.폐수 정화시설인 '모래여과기'와 '용수공급동'을 비롯해 폐수 탈수.농축조등의 가동이 중단되고 이현배수펌프장이 침수되면서 가동이 중단돼 인근 농작물 1만여평이 침수, 유실됐다. 달성군 현풍면 현풍천과 가창면 용계천, 유가면 달창저수지의 물이 넘쳐 370가구 1천여명이 면사무소와 인근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오전 0시 40분께 의성군 춘산면 옥정리 인근 하천의 물이 넘쳐 40여가구가 침수돼 주민 120여명이 춘산중학교로 긴급 피신했으며 군위군 부계면과 효령면에서도 가옥 14채가 침수돼 주민 30여명이 대피했다. 청송지역에서도 청송읍 월막리 저지대 100여가구 주민 300여명이 갑자기 불어난물로 임시대피한 뒤 귀가하기도 했다. ▲정전 = 대구시와 경북도내 상당수 지역에서 정전사태가 발생, 경북지역의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통제하는 경북도소방본부의 업무가 한때 마비됐다. 12일 오후 최고 초속 33m의 강풍이 불면서 오후 8시께부터 곳곳에서 전신주가쓰러지거나 가로수가 전선을 덮쳐 대구.경북지역에서만 19만여가구에 전기공급이 중단 됐었다. 이 가운데 대구는 북구 산격동 등 전 지역에 걸쳐 4만7천여가구가, 경북은 경주시 일대 6만5천여가구, 포항시 8천300여가구를 포함해 모두 14만2천여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됐으며 한전측은 이날 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 6천여명을 동원해 긴급 복구작업에 나서 이날 중 복구를 완료할 계획이다. 또 12일 오후 11시17분께 월성원전 2호기가 태풍으로 인해 주변압기에 이상이생기면서 터빈이 정지돼 발전소측이 안전을 위해 30분뒤 원자로를 수동정지했고 월성 1호기도 악천후로 인해 원자로 출력을 92%까지 낮춰 운전해 전력 수급에 차질을빚고 있다. ▲수산물 = 이날 오후 1시 현재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리 연안에 설치된 해상가두리 양식장 3건이 태풍으로 유실 또는 반파돼 양식중이던 우럭 등 10여만 마리가달아났다. 또 정치망 어장 2건 5㏊가 파손되고 항구에 대피해 있던 5t 미만 소형어선 4척이 침몰되는 피해가 났다. 현재 동해연안은 아직도 2-3m의 높은 파도가 일어 수산피해가 정확히 파악되지않고 있으며 파도가 낮아져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면 피해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보인다. ▲농작물 = 태풍이 통과했던 경주를 비롯해 영양, 청송, 의성 등 경북 내륙지방의 농촌 들녘이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다. 경주 서면 경우 과수농가의 80%가 낙과 피해를 입었으며 특작물 재배지로 유명한 달성 지역의 비닐하우스 수백동이 물에 잠기는 등 대구.경북지역의 농경지 수천㏊가 침수 또는 유실됐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의성군 구천면 미천리 미천둑 2곳이 무너져 미천 1.2리 주민 등 230여명이 대피하고 인근 농경지 600ha가 침수됐다. 시.군마다 많은 농경지가 침수 또는 유실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으나 교통.통신의 두절로 아직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현장 조사가 이뤄지면 피해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통통제 = 하천 수위 상승 등으로 대구 30개, 경북 18개 등 48개 구간의 도로가 침수 및 산사태 등으로 차량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는 12일 오전 10시 15분께 신천동로 무태교-신천교 5㎞ 양방향과상동교-동신교 5㎞, 신천좌안도로 상동교-가창 양방향 2㎞ 구간, 상리지하차도 양방향 등이 전면 통제됐다. 경북지역은 김천 대덕면-중산면 30번국도 8㎞간이 산사태로 12일 오후 9시30분부터 교통이 통제된 것을 비롯 봉화-울진간 36번 국도, 영덕군 지품면 신안리 34번국도 등이 산사태와 하천범람 등으로 차량이 운행치 못하고 있다. 구마고속도로 대구방면 현풍-화원간 2㎞와 중앙고속도로 안동방면 칠곡-다부 구간이 산사태로 통제돼 한차선만 운행되고 있으며 봉화군 석포면 승부역에서 분천역사이 영동선 철로 20여m가 빗물에 유실되면서 이날 새벽부터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대구=연합뉴스) 박순기.임상현.문성규.이덕기.이강일.한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