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강타한 제14호 태풍 '매미'로인한 사망 또는 실종자 수가 36명으로 늘어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전국에 걸쳐 태풍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주민 신고 등에 따라 확인과정을 거친 것이며, 정전이나 통신 두절 등으로 아직 신고되지 못한 피해도 많을 것으로 보여 피해 규모는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명피해 =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낮 12시 현재 태풍 `매미'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25명, 실종 11명 등 36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12일 전남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유호연(77)씨의 단독주택이 비로 무너져 내린산비탈 흙에 매몰되면서 박인심(74.여)씨가 숨지고 유씨가 부상했으며, 제주도 연동에서는 안옥수(73.여)씨가 맨홀 실족으로, 서귀포시에서는 김명구(58)씨가 바지선을결박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각각 숨졌다. 또 부산 동래구 안락2동 한미응(61)씨가 감전 추정사고로, 경남 진해시 용원동우창수(54)씨와 경남 거제시 조굴이(여.86)씨는 주택 붕괴사고로 각각 목숨을 잃었다. 경남 통영에서는 오문관(63.통영시 한산면 용호리)씨가 파도에 휩쓸려, 김대봉(64.통영시 광도면 덕포리)씨는 선박 충돌로 실종되는 등 통영에서만 4명을 비롯해모두 11명이 실종됐다. 사망.실종자를 지역별로 보면 경남이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 5명, 강원 3명,경북과 제주 각 2명 등이다. 이밖에 부산시 수영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등지에서 크레인 2대가 넘어지면서 소방관 5명이 부상했으며, 중앙선 단양∼단성 사이에서 새마을호 3량이 탈선, 승객 28명이 다치기도 했다. ◆재산 피해 = 재산 피해도 잇따라 제주도 27채 등 주택 32채가 파손됐고, 대구666채를 비롯해 716채가 침수되면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720가구 2천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에서는 항만 컨테이너 크레인 13대가 넘어지거나 레일을 이탈하는 등 파손돼 수출.입 화물 수송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또 제주도에서는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 18척이 침몰하고 8척이 좌초되는 등33척의 선박이 피해를 입었다. 서귀포 서귀항 등 방파제 405m가 유실되고 서귀포 88올림픽 경기장의 지붕과 남군 종합경기장 기념관 지붕이 파손됐으며, 경남 함안과 창녕, 밀양 등지의 농경지 452ha가 침수되고 비닐하우스 33개 동과 축사 11동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에 따른 재산피해로는 도로.교량 22곳 30억원, 비닐하우스 8억4천만원, 건물5억3천원 등 모두 69억7천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규모 정전.통신두절 = 태풍이 동반한 강한 바람으로 인해 곳곳의 고압선이끊어지면서 정전사고도 잇따라 경남 51만7천500가구를 비롯해 부산과 대구, 경기,전남 등지에서 140만9천146가구에 대한 전기공급이 끊겼다. 이에 따라 한전과 협력업체 직원 6천여명이 투입돼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현재까지 76만9천여 가구만 복구가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63만여 가구는 13일중 복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남지역의 경우 송전철탑을 복구해야 하는 바람에 오는 16일이 돼서야 복구가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원자력 발전소의 외부 송전선로나 주변압기가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고리1∼4호기와 월성 2호기 등 발전소 5곳이 가동을 중지했으며, 통신기지국도 2천93곳이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으나 현재까지 790곳만 응급복구가 끝난 상태다. ◆도로 및 철도 유실 = 12일 오후 7시10분께부터 전라선 순천∼여수간이 불통되면서 철도청이 버스를 이용해 승객을 수송했다. 또 영동선 영주∼강릉간과 중앙선 단양∼단성간, 태백선 제천∼동백산간, 여천선 흥국사∼남해화학간 등 모두 5곳이 끊겨 현재 복구작업이 진행중이다. 고속도로는 구마선 대구방향 6.5㎞ 지점과 중앙선 춘천방향이 두절됐다가 이날오전 복구가 완료됐지만 중부내륙선 마산방향 28.9㎞ 지점과 중앙선 대구방향 132.5㎞ 지점 등 2곳은 여전히 끊겨 차량들이 국도로 우회통행하고 있다. 부산 광안대교는 강풍으로 같은 날 오후 6시30분부터 통행이 전면 통제되는 등모두 77개 도로 구간이 일시 침수됐다. 상당수 바닷길도 끊겨 연안 여객선 전체 96개 항로 135척 가운데 42개 항로 56척이 결항되고 있다. 경남 남해에서는 동천천 100m와 이어저수지 경사면 7m, 국도 3호선 경사면 20m가 유실되기도 했다. ◆피해규모 증가 전망 =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정전 등으로 인해 정확한 피해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정확한 피해 조사를 벌일 경우 계속 피해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낙동강 유역 진동, 낙동, 현풍, 구포, 삼랑진 등 5곳에는 홍수경보가,왜관 등 2곳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돼 있는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해대책본부는 12일 오후 4시부터 중앙 유관기관 21개 기관에서 52명이 3단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으며 전국 시.도에서도 2만2천여명이 비상근무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안 희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