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이 2차례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데 이어 태풍 `매미'가 몰고온 강풍으로 컨테이너를 나르는겐트리크레인 11기가 전복 또는 궤도이탈하는 사상초유의 사태로 장기간 화물처리에심각한 차질을 빚는 `설상가상'의 위기에 처했다. . 12일 오후 9시께 불어닥친 순간최대 풍속 초속 42.7m의 강풍에 신감만부두의겐트리크레인 7기 중 6기가 전복되면서 완전히 망가져 5만t급 3개 선석이 모두 마비됐다. 또 허치슨부두(자성대부두)는 12기 중 2기가 전복되고 3기는 궤도를 이탈해 5만t급 4개 선석 중 2개 선석의 하역작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자성대부두는 부산항 전체 물량의 16%, 신감만부두는 9% 가량을 처리하고 있어자성대부두가 나머지 선석을 풀가동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부산항 물량의 15%는 차질이 발생할 처지다. 이에따라 부두운영사와 부산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들은 하역차질을 최소화하기위해 부심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뾰족한 방안이 없다. 따라서 이들 부두의 하역차질이 장기화되고 이로 인해 부산항을 이용하던 환적화물이 대거 중국 등 경쟁항만으로 이탈하는 사태가 가장 우려되는 점이다. 이번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당장 전복된 크레인을 철거하고 궤도를 이탈한크레인을 원위치시켜야 하는데 기당 무게가 835~985t이나 되는 거대한 구조물이어서최소 2~3주일이 걸릴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철거후에 새로 투입할 크레인을 발주하더라도 제작하는데 최소 10개월이 걸리는데 그동안 대체할 크레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성대부두의 경우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감만부두의 4기 중 1기를 차출하고 광양항에서도 일부를 지원받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신감만부두는 외국의 중고 크레인을 수배하는 한편 외국 제작사의 여유 크레인을 물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 항만별로 크레인의 궤도 폭과 전기배선 위치 등 제원이 서로 달라 자기 부두에 꼭맞는 것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부두 운영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사실상 신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는 부두시설 전부 또는 절반이 마비되는처지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부산해양청과 부두운영사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 선박을 광양항으로 옮겨하역하거나 부산항내 다른 부두의 선석을 빌려 사용하는 등의 방안도 모색하고 있지만 부산항의 부두시설 자체가 여유가 거의 없어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부산해양청과 부두운영사들은 또 겐트리크레인 대신 규모가 작은 하버크레인 등으로 하역작업을 대신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지만 이는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선사들의 불만을 살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등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장기간 하역차질은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이렇게 될 경우 자성대와 신감만부두를 이용하던 선사들이 광양항의 각종 지원시설과 환적항로 부족을 이유로 기항을 거부하고 아예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 우리나라의 수입화물과 제 3국으로 가는 환적화물을 하역하는 등 `부산항 이탈'현상이 가속화할 우려가 높다. 모 부두 운영사 관계자는 "현재 전복된 크레인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장기간 하역차질과 이로 인한 선사이탈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일본 고베항의 지진피해때 부산항이 그 혜택을 봤으나 이제부산항이 반대처지에 놓였다"고 한숨지었다. 이재균 부산해양수산청장은 13일 오전 8시 두 부두운영사와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관계자들과 긴급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부산시장 주재로 열린 태풍피해 유관 기관장 대책회의에서 "겐트리크레인 전복과 궤도 이탈로 부산항 물동량 처리에 큰 차질이 빚게 된만큼 중고 크레인 도입과 인근 컨테이너 터미널 등과의 공조체제를 통해 외국선사이탈 방지 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부산항이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부족한 시설이나마 최대한가동해 하역차질을 최소화하고 선사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모든 부두운영사들이 자신의 일처럼 팔을 걷고 나서 협력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심수화.이영희 기자 sshwa@yna.co.kr lyh9502@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