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경남 사천으로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많은 피해를 남기고 간 태풍 '매미'는 역대 최고에 오를 만한 각종 태풍기록을 양산했다. 중심기압과 풍속, 강도 등 태풍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부문에서 '극값' 경신이라는 최고 기록을 남긴 것이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 `매미'는 그동안 남해안을 통해 한반도를 강타했던 역대 태풍 가운데 지난 59년 9월 중순에 찾아온 태풍 `사라(SARAH)'와 모든 면에서 비슷한규모로 보고 있다. 단지 크기에서만 '매미'가 중형급(초속 15m의 풍속이 미치는 반경이 300㎞이상∼500㎞미만)으로 '사라'보다 한 수 아래지만 강도나 중심기압, 풍속 면에서는 비슷한 면을 많이 지녔다. ◇`사라'이후 최대 강도 = 태풍의 위력을 측정해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치인최저기압으로 보면 '매미'는 지난 59년 9월15일부터 4일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사라'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사라는 남해안으로 상륙해 부산을 강타하면서 최저기압이 952h㎩을 기록했는데 '매미'는 통영에서 측정된 최저기압이 954.0hPa로 지난해 '루사'가 남겼던 2위기록 970hpa과 사라의 1위 기록 모두를 한 순간에 제쳤다. '매미'는 태풍이 내륙에 첫 상륙할 때인 12일 오후 7시51분 여수에서 956.5hPa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오후 8시 50분 통영에서는 954.0hPa, 오후 9시37분 마산에서는 959hpa를 기록했다. '매미'는 내륙에 상륙한 뒤에도 950hpa대의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한반도를 관통해 더욱 많은 피해를 남겼다. ◇역대 최대순간풍속 기록 = 태풍 '매미'는 12일 제주도를 강타하면서 역대 최저기압을 이용해 최대순간풍속 최고치마저도 경신했다. 태풍 `매미'는 이날 오후 4시10분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 수월봉 기상대에 설치된 풍속계에서 초속 60.0m를 기록했다. 제주도 고산에서 기록된 최대순간풍속은 지난 2000년 8월31일 태풍 `프라피룬'이 흑산도에서 기록한 전국 최대순간풍속이었던 초속 58.3m를 뛰어넘은 것으로 1904년 우리나라 기상관측이래 최대순간풍속 최고치이다. 또 지난 1923년 제주지방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강한 바람이었던 `루사'가 지난 2002년 8월31일 기록한 56.7m보다 강했다. 태풍 `매미'의 크기는 '중형'이지만 내륙에서도 중심기압을 950hPa로 유지했고이로인해 한반도 상공에 있던 대륙고기압과의 큰 기압차로 강한 바람을 계속 불어댔던 것이다. 바람은 초속 15m만 돼도 거리의 간판이 날아가고 행인이 제대로 걷기가 어려울정도이며, 초속 50m가 넘으면 사람은 물론 거리의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고철제 송전탑이 엿가락처럼 휘는 엄청난 위력이다. ◇피해 규모도 클듯 = 이처럼 엄청난 위력으로 인해 태풍 '매미'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 '매미'의 위력과 경로가 그동안 많은 피해를 남겼던 역대 태풍들과 유사한데다 특히 올 여름 계속됐던 잦은 비로 인해 강수량이 많은 상황에서 많은 비까지내렸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1일 제주도와 남해안지방이 태풍전면에 들면서 내린 비로 인한 강수량은 13일 오전 9시까지 전국적으로 10∼450㎜ 분포로 강수량의 지역별 편차가 크게나타났다. 남해를 비롯한 남해안지방과 대관령을 비롯한 강원 영동지방은 시간당 50∼80mm의 집중호우가 내려 일 강수량도 400mm정도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지역별 강수량은 제주도 60∼270㎜, 전남 70∼300㎜, 경남 100∼450㎜, 전북 30∼130㎜, 충남북 20∼160㎜, 서울.경기 10∼50㎜, 강원지방은 20∼400㎜의 비가 내렸으며 남해가 452.5mm로 가장 많은 강수량을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