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매미'가 13일 새벽 동해상으로 빠져나갔지만 사망 또는 실종자가 16명으로 증가하는 등 전국에 걸쳐 태풍 피해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집계는 주민 신고 등에 따른 확인과정을 거친 것으로, 정전이나통신 두절 등으로 아직 신고되지 못한 피해도 많을 것으로 보여 피해 규모는 더울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명피해 = 13일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태풍 `매미'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8명, 실종 8명 등 16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12일 전남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유호연(77)씨의 단독주택이 비로 무너져 내린산비탈 흙에 매몰되면서 박인심(74.여)씨가 숨지고 유씨가 부상했으며, 제주도 연동에서는 안옥수(73.여)씨가 맨홀 실족으로, 서귀포시에서는 김명구(58)씨가 바지선을결박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각각 숨졌다. 또 경남 통영에서는 오문관(63.통영시 한산면 용호리)씨가 파도에 휩쓸려, 김대봉(64.통영시 광도면 덕포리)씨는 선박 충돌로 실종되는 등 통영에서만 4명을 비롯해 모두 8명이 실종됐다. 부산시 영도구 남항동에서 유조선과 어선이 충돌하면서 3명이 실종됐다고 신고됐으나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밖에 부산시 수영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등지에서 크레인 10대가 넘어지면서소방관 5명이 부상했으며, 중앙선 단양∼단성 사이에서 새마을호 3량이 탈선, 승객15명이 다치기도 했다. ◆재산 피해 = 재산 피해도 잇따라 제주도 27채 등 주택 32채가 파손됐고, 강원도 37채를 비롯해 108채가 침수되면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720가구 2천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제주도에서는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 18척이 침몰하고 8척이 좌초되는 등33척의 선박이 피해를 입었다. 서귀포 서귀항 등 방파제 405m가 유실되고 서귀포 88올림픽 경기장의 지붕과 남군 종합경기장 기념관 지붕이 파손됐으며, 경남 함안과 창녕, 밀양 등지의 농경지 317.7ha가 침수되고 비닐하우스 33개 동과 축사 11동이 파손되기도 했다. ◆대형 정전사고 = 태풍이 동반한 강한 바람으로 인해 곳곳의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정전사고도 잇따라 경남 51만7천500가구를 비롯해 부산과 대구, 경기, 전남 등지에서 140만9천46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다. 이에 따라 한전과 협력업체 직원 6천여명이 투입돼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현재까지 63만여 가구만 복구가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가구는 13일중 복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남지역의 경우 송전철탑을 복구해야 하는 바람에 오는 16일이 돼서야 복구가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도로 및 철도 유실 = 12일 오후 7시10분께부터 전라선 순천∼여수간이 불통되면서 철도청이 버스를 이용해 승객을 수송했다. 또 영동선 철암∼강릉간 철로가 산사태로 매몰되고 경전선 부산∼목포간과 중앙선 단양∼단성간이 두절돼 현재 복구작업이 진행중이다. 고속도로는 중부내륙선 마산방향 28.9㎞ 지점과 구마선 대구방향 6.5㎞ 지점,중앙선 다부터널 등 2곳 등이 두절돼 차량들이 국도로 우회통행하고 있다. 부산 광안대교는 강풍으로 같은 날 오후 6시30분부터 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으며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된 대구 신천대로 등 75개소의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경남 남해에서는 동천천 100m가 유실되고 이어저수지 경사면 7m와 국도 3호선경사면 20m가 유실되기도 했다. ◆피해규모 증가 전망 =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정전 등으로 인해 정확한 피해 조사가 어려운 상태"라며 "날이 밝은 뒤 정확한 피해 조사를 벌일 경우 계속 피해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낙동강 유역 진동 지점에는 13일 오전 4시30분을 기해 홍수경보가 발령된데다 강원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30∼7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추가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해대책본부는 12일 오후 4시부터 중앙 유관기관 21개 기관에서 52명이 3단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으며 전국 시.도에서도 2만2천여명이 비상근무 중이다. 한편 제14호 태풍 '매미'는 이날 오전 6시 현재 경북 울진 앞바다를 통해 동해상으로 완전히 빠져나가 현재 울진군 동북쪽 약 180km(북위 38.3도, 동경 130.6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