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강타한 제14호 태풍 '매미'로 인한 사망자 또는 실종자가 66명으로 증가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인명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주민 신고 등을 근거로 집계한 것이나 정전이나 통신 두절 등에 의해 아직 신고되지 못한 인명피해 사례가 여전히 많은 실정이어서 실제 사망자 및 실종자는 80명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태풍이 13일 동해상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면서 두절됐던 철도 전라선 순천∼여수, 중앙선 단양∼단성, 고속도로 구마선 대구방향과 중앙선 춘천방향의 복구가 완료되는 등 복구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어 정확한 인명 및 재산 피해 규모는 조만간 파악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명피해 =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 현재 태풍 `매미'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42명, 실종 24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12일 전남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유호연(77) 씨의 단독주택이 무너져 내린 산비탈 흙에 매몰돼 유 씨의 부인 박인심(74) 씨가 숨지고 유 씨가 부상했으며, 제주 연동에서는 안옥수(73.여) 씨가 맨홀 실족으로, 서귀포시에서는 김명구(58)씨가 바지선 결박 중 불의의 사고로 각각 숨졌다. 또 부산 동래구 안락2동 한미응(61) 씨가 감전 추정사고로, 경남 진해시 용원동 우창수(54) 씨와 경남 거제시 조굴이(여.86) 씨는 주택 붕괴사고로 각각 목숨을 잃었다. 경남 통영에서는 오문관(63.통영시 한산면 용호리) 씨가 파도에 휩쓸려, 김대봉(64.통영시 광도면 덕포리) 씨는 선박 충돌로 실종되는 등 통영에서만 4명이 실종된 것을 비롯해 모두 11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경남 마산시 해운동 595 해운프라자가 물에 잠겨 건물 안에 있던 10여명이 수몰된 것으로 알려져 경찰과 해군, 소방서 요원들이 출동해 물빼기 작업을 하는 등 구조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사망.실종자를 지역별로 보면 경남이 37명으로 가장 많고 강원 8명, 전남과 경북 각 6명, 부산과 대구 각 3명, 제주 2명 등이다. 이 밖에 부산 수영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등지에서 크레인 2대가 넘어지면서 소방관 5명이 부상했고, 중앙선 단양∼단성 구간에서 새마을호 3량이 탈선, 승객 28명이 다치기도 했다. ◆재산 피해 = 해일과 하천 범람 등으로 제주 27채를 비롯한 전국에서 주택 78채가 파손되고, 866채가 침수되는 등 재산피해가 잇따르면서 2천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에서는 고가 장비인 항만 컨테이너 크레인 13대가 넘어지거나 레일 이탈로 파손, 복구에 15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수출.입 화물 수송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제주에서는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 18척이 침몰하고 8척이 좌초되는 등 33척의 선박피해가 발생했다. 서귀포 서귀항 등 방파제 405m가 유실되고 서귀포 88올림픽 경기장의 지붕과 남군 종합경기장 기념관 지붕이 파손됐고, 경남 함안과 창녕, 밀양, 전남.북 등지의 농경지 3천600㏊가 침수되고 비닐하우스 33개 동과 축사 11동이 무너졌다. ◆대규모 정전.통신두절 = 태풍이 동반한 강한 비바람으로 전국 곳곳의 고압선이 끊어져 정전사고가 속출해 경남 52만 가구와 부산 33만 가구 등 141만 가구에 대한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한전과 협력업체 직원 8천400여명이 정전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긴급 투입돼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13일 오후 2시 현재까지 108만 가구에만 전기공급이 재개된 상태다. 나머지 33만여 가구도 13일 중 전기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남 거제, 마산, 창원 울진 지역은 송전철탑이 오는 16일께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가전제품과 사용 등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 발전소의 외부 송전선로나 주변압기가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고리 1∼4호기와 월성 2호기 등 발전소 5곳이 가동을 중지했고, 통신기지국도 2천93곳이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으나 현재까지 790곳만 응급복구가 끝난 상태다. 또 부산 월래정수장 등 19개 시.군 28개 정수장이 호우피해로 수돗물 공급을 중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도로 및 철도 유실 = 12일 오후 7시10분께부터 전라선 순천∼여수간이 불통되면서 철도청이 버스를 이용해 승객을 수송했다. 이 구역은 13일 오전 11시 50분께 복구가 완료돼 통행이 재개됐다. 또 영동선 영주∼강릉간과 태백선 제천∼동백산간, 여천선 흥국사∼남해화학 간등 모두 4곳이 끊겨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며 중앙선 단양∼단성 구간은 13일 오후 2시 복구가 완료됐다. 고속도로는 구마선 대구방향 6.5㎞ 지점과 중앙선 춘천방향이 두절됐다 이날 오전 복구가 완료됐지만 중부내륙선 마산방향 28.9㎞ 지점과 중앙선 대구방향 132.5㎞지점 등 2곳은 여전히 불통돼 차량이 국도로 우회통행하고 있다. 또 강풍으로 부산 광안대교의 통행이 12일 오후 6시30분부터 전면 통제되고 영도대교 난간이 파손되는 등 모두 77개 도로 구간이 일시 침수됐다. 상당수 바닷길도 끊겨 연안 여객선 전체 96개 항로 135척 가운데 27개 항로 38척이 결항되고 있다. 경남 남해에서는 동천천 100m와 이어저수지 경사면 7m, 국도 3호선 경사면 20m가 유실되기도 했다. ◆피해규모 증가 전망 =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정전 등으로 인해 구체적인 피해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정확한 피해 조사가 진행되면 피해 규모가 계속 늘어날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낙동강 유역 진동, 낙동, 현풍, 구포, 삼랑진 등 5곳에는 홍수경보가,왜관 지점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돼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해대책본부는 12일 오후 4시부터 중앙 유관기관 21개 기관에서 52명이 3단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으며, 전국 시.도 및 시.군.구에서도 2만3천700여명이 비상근무를 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안 희 기자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