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매미'가 12일 오후 경남 남해안지방에 상륙,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를 뿌려 3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2명이 부상했다. 제주와 부산,대구,창원,광주,여수 등에서 대규모 정전사태와 주택.농경지 침수,도로 두절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태풍은 13일 새벽 강릉 인근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비와 바람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태풍경보와 태풍주의보가 내려졌다. 태풍 `매미'는 이날 오후 4시10분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 수월봉기상대에 설치된풍속계에서 초속 60.0m를 기록, 최대 순간풍속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미'의 영향으로 제주와 남부지방에 시간당 3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여수 삼산면 초도 357㎜, 남해 346.5mm, 여수 348㎜, 고흥 영남 309㎜,고흥 283mm, 제주 264.5mm, 여수 217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제주의 경우 한라산 윗세오름에 최고 500㎜를 비롯해 성산포 250 ㎜, 제주시 240㎜, 서귀포 196㎜가 쏟아졌다. ◆ 인명피해 = 12일 오후 2시40분께 제주도 서귀포항에서 부산선적 모래운반선금용비 3002호(570t) 선원 김명구(58.부산시 해운대구 반송1동)씨가 요동치는 배를고정시키려다 밧줄에 다리가 절단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 오후 9시20분께는 경남 통영시 도남동 ㈜신아조선에서 건조중인 4만5천t급 원유운반 탱크선이 태풍 '매미'의 강한 바람에 닻이 끊기면서 표류하다 통영선적 멸치잡이 어선 범양호(27t.선장 김대봉.63)와 충돌, 범양호가 침몰하면서 선장 김씨와 선원 정성문(56.통영시 산양읍)씨 등 2명이 실종됐다. 건조중인 탱크선은 조선소에서 2km 떨어진 통영 해저터널 부근에서 좌초됐다. 서귀포시 강정동 `서건도'에서는 낚시객 2명이 고립됐다 간신히 구조됐다. ◆ 대규모 정전사태 = 제주도에는 오후들어 기록적인 강풍에 송전선로가 끊기고전신주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 제주도 일부 지역이 암흑세계로 변했다. 이 사고로 북제주군 한경, 우도, 한림, 구좌, 조천지역과 제주시 일도2동, 서귀포시 신시가지, 남제주군 안덕, 대정 일부지역에 전기공급이 중단돼 11만223가구의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제주시 보건소 사거리신호기가 강풍에 넘어지는 등 신호기와 가로등, 전신주가넘어지거나 부러져 정전사태를 유발했다. 오후 6시부터 여수, 고흥지역에 순간초속 30m가 넘는 강풍과 시간당 3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돌산읍을 비롯 거문도, 초도, 봉산동 등 여수지역 일대와 고흥 고흥읍과 봉래, 과역, 남양면 등 5개 읍면에서 전신주가 부러지고 전선이 끊기면서 수천여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여수지역은 거문도 외에도 남면과 동산읍 등 섬지역과 소라면 등 일부 지역이오후 7시께부터 강풍이 불면서 모두 정전됐다. 가로수와 전주가 바람에 넘어지면서 부산 동구 초량동과 남구 대연동, 북구 화명동 등 오후 10시 현재 시내 전역에서 7만여가구의 전기공급이 끊겼다. 오후 4시35분께 부산 사하구 하단1동의 수령 330년된 부산시 지정 보호수인 검팽나무가 바람에 뿌리가 뽑히면서 넘어져 전깃줄과 전화선이 끊어져 이 일대 수백가구의 전기와 전화가 한동안 불통됐고 트럭 2대가 파손됐다. 동구 초량동 중앙로를 비롯해 시내 도로마다 수십에서 수백그루의 가로수가 바람에 넘어졌다. 부산시 서구 암남동 송도해수욕장 인근 건물의 간판이 바람에 날리면서 전깃줄을 끊어 이 일대 1천여가구가 한때 정전됐다. 울산지역은 오후 11시 중구 성남동과 우정동 남구 야음동 무거동, 울주군 범서읍 등 일부 도심지를 제외하고 대다수 지역이 정전됐다. 태풍이 직접 상륙한 사천지역에서는 용현면과 사남면 등 지역 전체에서 전신주가 부러지고 전선이 끊겨 수천가구가 정전 및 전화가 불통돼 사실상 고립상태에 빠졌다. 삼천포 화력발전소는 오후 9시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 교통통제.시설물 피해 = 폭우로 도로가 넘치며 제주 애월읍 그린리조트 부근서부관광도로, 남제주군 가시악 군도 등 5개 도로 구간의 교통이 통제됐다. 서귀포항 방파제 암벽 콘크리트 100m가 파도에 유실되는 등 항.포구 시설물 피해가 속출했다. 호우로 인한 하천수위 상승에 따라 대구 13개, 경북 2개 등 15개 구간의 도로가침수 및 산사태 등으로 차량통행이 중지됐다. 대구 신천동로 무태교-신천교 1.5㎞ 양방향, 상동교→동신교 5㎞, 무태교-신천교 양방향 5㎞ 구간, 신천좌안도로 상동교-가창 2㎞, 북구 복현동 성보재활원 뒷길2㎞ 구간 등의 교통이 통제됐다. 경북지역은 경산시 하양읍 남하잠수교가 오전 8시부터 하천 수위 상승으로 전면통제됐으며 오전 10시께 안동시 송천동 포진교-용상동 선어대재간 도로에 토사 500여t이 흘러내려 1개 차선의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오후 2시께 경남 밀양시 청도면 24번국도에서 산사태가 발생, 10여m의 도로가흙더미에 덮였으며, 낮 12시께 밀양시 청도천이 범람해 시내 무안면 신범삼거리와동산삼거리 등 청도천 200여m에 걸쳐 교통이 통제됐다. 오전 11시30분께 밀양시 용평동-활성동 잠수교가 물에 잠겼다. 지리산 자락인 남원 지리산 뱀사골에 최고 286㎜의 폭우가 내리면서 이날 오후8시30분부터 하류지역인 산내-마천간 국도와 산내-뱀사골 지방도의 일부 구간이 범람해 차량소통이 통제됐다. 경남 마산시 내서읍 중리 중리신호대 일대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마산시 자산동 몽고식품앞 도로가 침하 우려로 1개 차선이 통제되는 등 경남도내 도로 10여곳의 교통이 통제됐다. 울산시 중구 번영교와 북구 염포동 해안로 등 10여곳의 저지대 도로도 침수돼교통이 통제됐으며 울주군 상북면 향산초등학교와 울주군 청량면 문수초등학교 앞에는 가로수와 토석이 도로를 덮쳐 교통이 막혔다. ◆ 주택.농경지 침수 = 남제주군 성산읍 시흥, 남원읍 신례와 북제주군 구좌읍평대 등지의 주택 20여채가 침수되거나 지붕 일부가 파손됐고 성산포항에서는 대형컨테이너 박스가 주차된 승용차 2대를 덮쳤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오전 11시께 경남 밀양시 무안면 덕암리 김영홍(77)씨 집과 창녕군 길곡면 중길리 김복영(87)씨 집이 물에 잠겨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피신했다. 함안과 마산 등지 농경지 수백㏊도 물에 잠겼다. 부산 영도구 남항동 등 바닷가에서는 만조로 불어난 바닷물이 해일로 넘치면서저지대 주택가가 침수돼 수십 가구의 주민이 대피했다. 국내최장 해상 현수교인 광안대로는 차량 전복 등의 위험이 있어 오후 4시30분부터 양방향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순간 최대풍속 초당 30m를 넘는 강풍으로 인해 부산지역 아파트가 심하게 흔들려 20층 이상 고층아파트 상층부에 사는 주민들이 놀라 대피했다. 당국은 연안 양식장 유실, 비닐하우스시설 등 농작물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있다. ◆ 항공기 결항.연안여객선 운항중단 = 이날 오전 7시 서울발 여수행 항공기가결항된 것을 시작으로 전남 여수와 목포, 포항, 사천 등 지방공항의 여객선 운항이전면 결항되거나 차질을 빚었다. 제주공항은 오후 들어 제주도가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50여편의 운항이 취소돼2천500여명이 귀경길에 오르지 못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200여편의 항공기가 뜨지 못해 수만여명의 귀경객 수송에 차질을 빚었다. 제주도를 비롯 서해와 남해, 동해 등 전 해상에 폭풍경보가 내려지면서 국내 96개 항로 135척의 연안 여객선의 뱃길도 모두 끊겼다. 목포와 여수, 통영, 거제 등에서 출항하는 여객선 운항은 11일 오후부터 이틀째중단돼 귀성객 3만여명이 섬에 발이 묶였다. 제주항을 비롯 목포항, 여수항 등 여객선 터미널과 항.포구에는 여객선과 어선등 6만1천여척이 결박됐거나 육지에 끌어 올려졌다. ◆ 열차운행 한때 중단 = 오후 7시20분께 파도가 10m이상 높게 일면서 만성리해수욕장 부근 덕양-미평동간 등 3개 지역 철로 1천여m가 침수돼 여수-순천간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하행선은 7시50분 여수역 도착 예정이던 서울발 무궁화열차와 상행선은 오후 8시18분 여수발 서울행 무궁화열차부터 운행을 못해 철도청 순천지역사무소에서 버스 2대를 배치,양지역 승객을 실어날랐다. 밀양-구포역간 경부선 상하행 열차운행이 오후 9시부터 전면 중단돼 부산을 출발, 오후 9시10분 동대구역에 도착할 예정이던 서울행 새마을호 열차 등 상하행 6편의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오전 8시30분께 함안군 군북면 군북역과 평촌역사이 5m상당의 철로 자갈이 유실돼 진주-마산 통일호열차가 운행이 중단되는 등 2시간여동안 경전선 운행이 통제됐다 운행이 재개됐다. (제주.대구.광주.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