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창을 들고 시위했던 사실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고 싶었습니다" 지난 2001년 12월 종로 일대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에서 '죽창시위'를 벌였던 한총련 학생이 1년8개월만에 경찰에 붙잡혀 구속되자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던 자신의 범죄행각이 드러난 데 대해 허탈해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당시 한국외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을 맡았던 정모(27) 씨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저지. 쌀수입 개방 저지를 촉구하는 민중대회'에 한총련 사수대로 참석했다. 한총련 사수대 50여 명 중 10명이 죽창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시위군중과 경찰이 충돌, 의경 한명이 2m 길이의 죽창에 찔러 오른쪽 안구가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의경을 찌른 시위대를 붙잡아 구속한 데 이어 죽창시위를 벌였던 나머지 사수대원들도 공동 정범으로 몰아 검거에 나섰다. 죽창시위대는 사태가 심각한 지경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직감, 집회가 종료된 뒤 대부분 학내로 잠적했으며, 정 씨도 이들 중 한명이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찍은 채증자료를 근거로 죽창시위대에 대한 신병확보에 나섰으나 정 씨는 2001년 12월부터 올 해 3월까지 총학생회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경찰의 감시를 피했고, 경찰은 사건의 장기화가 우려되자 기소중지 조치를 취했다. 정 씨는 올 해 3월 하순 운전면허 시험을 보다 신원확인 과정에서 수배 사실이 확인됐고, 운전면허 시험장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정 씨는 죽창시위 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경찰도 증거물이라고는 마스크를 쓴 채 죽창을 들고 있던 사진 밖에 없어 정 씨가 사진 속 인물과 동일인임을 입증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사진 감정을 의뢰해 3차원 입체 영상까지 찍는 첨단 수사기법을 동원, 동일인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얻어낸 덕택에 정 씨의 자백을 이끌어냈다. 정 씨는 경찰에서 "시간이 많이 흘러 수배가 된 줄 몰랐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던 터라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범행사실을 부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참가 사실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고 싶었다"며 "경찰에 붙잡힌 뒤 매우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나니 오히려 맘이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2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