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게 죄인가요!"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경기, 동남, 대동, 동화, 충청 등 5개 퇴출 은행의 직원들에 대한 고용 승계 당시 군에 복무하고 있던 100여명 가운데 인수 은행에 취업한 직원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했던 이들은 5년이 넘도록 고용 승계 심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이들 5개 은행은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 1998년 6월29일 한꺼번에 강제 퇴출됐으며 경기은행은 한미은행, 동남은행은 주택은행, 대동은행은 국민은행, 동화은행은 신한은행, 충청은행은 하나은행에 각각 인수됐다. 퇴출 은행 직원들 중 28%는 인수 은행으로 고용 승계가 이뤄졌지만 군 복무자들은 고용 승계 문제와 관련해 해당 은행에서 어떤 통지도 받지 못한 채 승계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또 당시 퇴직금 산정에서도 재직 중인 동료 직원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군 입대자들은 복무 기간에 기본금 30만원을 지급받기로 돼 있었는으나 이마저도 98년 1월부터 받지 못했고 퇴직금도 군 복무 중에 받은 기본금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바람에 같은 직급의 동료 행원들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남은행 출신인 한모(29)씨는 "은행이 퇴출된 뒤 4개월만에 제대했으나 하소연할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고 회고하고 "군 입대를 면제를 받은 동료 직원은 주택은행에 잘 다니는 것을 보며 한동안 `군대에 간 게 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나라에 대해서도 심한 배심감과 울분을 삭일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강제 퇴출 5개 은행 공동투쟁위원회의 박대석 사무총장은 "인수 은행들은 고용승계를 논의할 때 군 복무자들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하고 "병역이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라는 차원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어도 이런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고용 승계를 논의할 때 인사평가 자료를 기초로 했으므로 이들 군 복무자는 근무 경력이 짧고 근무평점도 낮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이 때문에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시 인수.합병이 대등 합병이 아닌 자산.부채 인수 방식이었기 때문에 고용 승계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군 복무자 문제까지 논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병역법 제74조 복직 보장 등에 관한 조항에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고용주는 소속 공무원, 임직원이 징집, 소집, 지원에 의해 입영하거나 소집 등에 의한 보충역 복무를 하게 된 때에는 휴직하게 하고 복무를 마치면 복직시켜야 한다'고 규정, 군 복무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