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 김두관 행자부장관 해임 건의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관련, 헌법학자들은 `법률적 구속력'에관해서는 대부분 `없다'는 반응이면서도 `정치적 구속력'에 대해서는 대부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학자들의 의견.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 = 한 언론 칼럼에서 `대통령 거부권 없다'고 했는데 그런 취지는 아니다. 내 생각은 국회의 해임 건의권에는 법적인 구속력이 있지만 다만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는 거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경우란 전란이 일어났는데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건의한다거나 국무총리를 임명 한달 만에 해임한다거나 하는 등 국정 마비가 우려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일각에선 국회에 대한 해산권이 없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해임 건의도 인정돼선 안된다고 하는데 그것과는 다른 문제다. 우리 헌법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보완으로 의원내각제의 일부 요소를 도입하고 있는데 그 핵심이 해임건의안이다. 청문회 때를 제외하곤 국무위원을 국회에 출석시켜 발언을 요구할 수 없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미국에선 국회가 `이 사람 안 되겠다'할 때 대통령이 그 사람을 끌고 가는 법이 없다. 또 사실상 `대통령 무책임제'인 우리나라에서 까다로운 탄핵소추 대신 대통령의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게 보좌관인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 건의다. 또 국회가 의결한법률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명문화 돼 있지만 이 부분은 없는 만큼 법률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허영 명지대 석좌교수 = 현행 헌법상 해임 건의권이지 해임 의결권이 아니기때문에 법적으로 구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구속력이 있다는 데 대해선 헌법학자들 간 견해차가 없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보는 이유는 국회가 국무위원의 해임 의결권을 갖는 것은의원내각제 정부 형태의 본질적 요소로, 소위 권력 분립에 따른 의회의 정부 견제수단이다. 3권 분립에 따른 그 원리는 행정부도 거기에 대항하는 견제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바로 수상의 의회 해산권이다. 즉 내각 불신임권과 의회 해산권은한 쌍으로 가야한다는 얘기다. 우리 헌법은 의원내각제 요소가 일부 가미됐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제고, 국회의 행정부 견제 장치로 인사 청문권이나 임명동의권이 있다. 거기서 그쳐야지 해임건의에 법적 구속력까지 갖추면 대통령은 대항수단인 국회 해산권도 없으면서 국무위원을 해임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또 현재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은 제1공화국 때 직선제를 관철하기 위해 야당이 내놓은 불신임안을 받아들인 데서 유래한 잘못된 유산이다. 4, 5공화국 헌법에서해임 의결권 뒀던 것도 당시에는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대통령이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정치적 구속력까지없다고 볼 수는 없다. 대통령이 야당과 맞서기보다는 큰 결단을 내려서 받아들이는게 나을 것이다. ▲장석권 단국대 명예교수 = 헌법을 자구적으로만 해석하면 건의라는 건 굳이헌법 조항에 넣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걸 굳이 헌법 조항에 넣었다면 달리 해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률적으로만 보면 건의는 건의일 뿐 법률적으로 구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굳이 이 조문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정치적 구속력을 띤다는 의미라고 봐야할 것이고 그것은 해임 건의의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를 따지기보다는 대통령이 이를 일단 받아들여야 함을 뜻한다. 일단 의회에서 한 것이니까 제도대로 따라가줘야 정치가 풀리는 것인데 당사자들이 나서 시시비비를 논할 게 아니라 일단 받아들이면 심판은 국민이 나서서 할 문제다. ▲구병삭 고려대 명예교수 = 대통령의 자유재량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면이 강하다고 본다. 그러나 야당만의 결의라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의결이니까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수도 있겠지만 존중하는 게 도리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