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시민 A(28)씨는 어느날 홈쇼핑 TV를 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시중가 8만7천원짜리 100% 한우불고기를 4만4천900원에 판다는 것이었다. 맡고 있는 일의 성격상 평소 홈쇼핑을 유심히 지켜봤다는 A씨는 도저히 저런 가격으로 팔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동생이 제품을 사도록 한 뒤 같이 먹어봤다. "일반 소비자들은 절대로 구별할 수 없지만 저희 같은 '선수'들은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거든요" A씨는 지난달 14일 자기 돈 24만여원을 들여 이 제품의 성분 분석을 농업진흥청산하 축산기술연구소에 의뢰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A씨와 상관없이 수사에 착수해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것보다 4일이나 빨랐다. 또 제품 계약 단계에서는 서류 검사와 공장 현지조사만 했던 농수산홈쇼핑이 A씨 등으로부터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것보다는 일주일이나 빨랐다. A씨는 농수산홈쇼핑에도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지만 퉁명스러운 답변만 들어야 했다. 물론 당연히 농림부에도 신고를 했다. "항의전화를 했을 때 회사 쪽에서 인정을 했다면 그만뒀겠죠. 그런데 퉁명스럽기만 하더라고요" 이후 제품 제조업자 양모(35)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A씨는 5일 양씨가 어디서 알았는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고 은근한 협박과 회유도 담겨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 부인은 "온 가족이 겁에 질려있었다"며 "집안 어른들도 남편보고 그만하라고 하기도 했지만 워낙 고집이 세다 보니까 말을 안듣더라구요"라고 말했다. A씨도 이 때쯤 그만둘까 고민을 했다. 가족들의 신변 안전도 걱정이었고 자신이 업계에서 '매장'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민이었다. "양씨가 제가 겁먹은 걸 눈치채고 더 세게 겁을 주기에 다시 화가 나서 계속 밀어붙였죠" 성분 분석 결과가 나왔고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www.cacpk.org. ☎02-720-9898)이라는 시민단체에도 제보를 했다. 결국 경찰의 수사로 양씨가 구속됐고 퉁명스럽다던 농수산홈쇼핑도 이제 잘못을 인정하고 반품을 해주는가 하면 3일부터 계속 사과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A씨 가족들은 는 5일 기자와 통화를 할 때에도 "내 핸드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는 등 겁에 질려 있었다. A씨는 "그렇게 겁을 내면서도 계속 일을 밀고 나간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축산 제품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었다"며 "제가 고집이 센게 병이라면 병"이라고 대답했다. 고집불통인 20대 내부 고발자를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돈을 요구했다거나 업체 간 경쟁에 연루됐다거나 하는 흔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