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을 통한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 사례가 잇따라 확인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국내에서 수혈로 인해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이로써 14명으로 늘어났는데 이들은 모두 허술한 국가 혈액관리 시스템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과거 수혈 과정에서 에이즈에 걸린 피해자 중 상당수는 대한적십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보상 수준은 수천만원대에 불과하다. ◆국내 수혈 에이즈감염자 현황= 국내에서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자가 보고된 것은 지난 87년 1월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수술 도중 수혈했다가 에이즈에 감염된 L씨가 처음이다. L씨는 수혈 후 4년이 지난 91년 11월 보건당국으로부터 에이즈 양성 통보를 받은 뒤 정신적 충격으로 이듬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89년에는 40대 가정주부가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됐으며, 91년 6월에는 30대 동성연애자의 혈액을 수혈받은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등 지난 95년까지 모두 10명의 감염 사례가 있었다. 그후 8년이 지난 올해 5월 수혈 에이즈 감염자 2명이 확인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2명이 발견돼 수혈로 인한 감염 피해자는 모두 14명으로 늘어났다. ◆보상 어떻게 받나=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국가에서 수혈에 의한 에이즈감염에 대해 별도로 마련하고 있는 보상기준은 없다. 다만 대한적십자사가 내부지침인 `헌혈 및 수혈사고 보상 위자료 지급시행규칙'에 따라 3천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금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혈로 인한 감염자들에게는 1인당 3천만원의 보상금이 전달됐으며, 보상금 수령을 거부한 감염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에이즈 감염사실을 뒤늦게 알고 자살한 L모씨의 경우 유족들이 적십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승소함으로써 적십자사의 보상금과 별도로 1천200만원의 배상금을 받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적십자사는 헌혈혈액을 검사해 에이즈를 예방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과 관련 몇 건의 소송이 더 제기됐으며, 적십자사는 96년에 2천300만원, 2002년에 2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감염자에게 지급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