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원은 수혈 과정에서 60대 남자 2명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6일, 27일 각각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와 서울 소재 병원에서 수혈을 받았고, 수혈된 혈액은 같은 달 24일 A(남.21)씨가 충남 논산훈련소를 통해 입대하면서 헌혈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건원은 덧붙였다. 국내에서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 사례는 지난 89~95년 10건이 있었고, 그후 8년 만인 지난 5월 동성연애 경력이 있는 20대 후반 남성의 혈액을 수혈받은 1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로써 국내에서 수혈 과정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모두 14명으로 늘어났다. 보건원 역학조사 결과 A씨의 혈액에는 헌혈 당시까지 HIV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HIV 음성'으로 판정됐으며, 곧바로 수혈용으로 병원에 공급됐다. 에이즈 감염 초기에는 혈액에 바이러스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통상적인 검사에서 HIV 음성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올 3월 부대 헌혈 검사에서 HIV 양성 반응을 보여 5월 추가 검사를 거쳐 HIV 양성으로 최종 판명됐다. 보건원은 군당국으로부터 A씨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통보받은 뒤 A씨의 헌혈기록을 토대로 혈액 공급 경로를 역추적한 끝에 지난 7월말 60대 남성 2명의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혈액을 수혈받은 60대 남성 중 한 명은 수혈 당시 병원에 입원중이었고, 다른 한 명은 병원에서 간암 수술 도중 수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 두 남성의 가족은 검사 결과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건은은 말했다. 한편 보건원은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고도 한달 가까이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과 함께 국민보건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보건원의 권준욱 방역과장은 "38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최신 핵산증폭검사법(NAT)장비를 구입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동성애자 등 에이즈 위험군에 대해 헌혈을 자제토록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