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 파문이 사법부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연판장 작성을 주도한 소장판사들이 광복절 휴일인 15일 전격 회동을 가져 집단행동 문제 등을 놓고 논의한 결과 판사들간에 상당한 이견을 노출한 것으로알려져 주목된다. 이용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는 이날 저녁 시내 모처에서 심야 긴급회동을 가진뒤 "일단 대법관 제청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추가적인 집단행동에나설지, 나선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그때가서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단독판사 7-8명이 모여 오후 8시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는 소장판사들의 움직임이 자칫 사법부 내부갈등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 등에 따라대법관 제청 때까지 행동에 다소간 신중을 기하자는 쪽으로 결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법관 제청을 재고해 달라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집단 행동에 나설수도 있다던 당초 강경한 입장에서 `1보 후퇴'한 것으로 해석돼 이번 파문은내주 대법관 제청을 기점으로 중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추가 집단행동에 나설지 여부 등을 놓고 참석자간 격론이벌어진 것으로 전해져 향후 제청 파문이 급속히 진정 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 부장판사 5명은 앞서 14일 저녁 모임을 갖고 이번사태가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데 뜻을 모으고 최악의 경우 대법원장 퇴진 요구나 집단사표 제출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한 대법원은 이날 중견 및 소장 판사들의 제청 재고 등 건의 내용을 포함한모든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기존 제청 인선 문제 등 요구를 수용할 지 여부가 관심을 끈다. 대법원의 이런 입장은 제청권이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기존 대법관 인선방침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던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번 인선파문이 연판장 사태 등에 이른 경위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물밑 접촉을 통해 전체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거쳐 대법원장에게 이를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오는 19일 열기로 예정했던 법관 인사제도개선위원회 회의를 자료 준비 미흡 등을 이유로 1-2주 가량 연기하기로 지난 13일 전격 결정해 그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이번 소장판사들의 건의 내용을 포함한 모든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전체 법관들의 의견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법원은 자문위의 파행적 결과에 대해 상당수 법관들이 문제의식을 공감하고있다 하더라도 대다수 법관들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밝히지 않고 있어 문제해결에대한 방법론적 측면에서는 법관들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