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은 15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각종 집회가 열렸다. 정부가 나서 진보단체측 집회를 시청에서 종로1가쪽으로 옮겨 보·혁간 충돌은 피했지만 종로와 시청 앞,광화문 등 강북 주요 도로는 해질 무렵까지 계속된 시위로 곳곳에서 정체구간이 발생하는 등 극심한 혼잡을 빚어야 했다. 이처럼 보수와 진보가 같은 이슈를 놓고 인접한 장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참여정부 들어 '신 풍속도'다. 이에 대해 해방 직후 좌우의 이념대립에 따른 혼란상이 연상된다며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된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한총련과 범청학련 소속 통일선봉대,여중생 범대위 등 진보단체 회원 5천여명은 오후 1시께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집결,'8·15 민족대회 청년학생 대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종로 YMCA 앞까지 이르는 2.8km구간을 2개 차로를 이용해 거리행진을 벌였다. 진보단체 회원들은 이어 오후 5시 서울 종로1가 제일은행 로터리에서 '반전평화 8·15 통일 대행진'을 가졌다. 통일연대 회원 3백여명은 오후 3시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일본 군국주의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인사동까지 50m거리를 인도로 행진했다. 자유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 3천여명도 이날 오후 4시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 국민 기도회'를 열었다. 경찰은 진보,보수 단체 사이에 빚어질 수 있는 물리적 충돌에 대비,종로와 시청 일대에 1백여개 중대 1만여명의 경찰을 배치했으나 별다른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두 집단 모두 이념을 금기시하지 않고 공개된 장에서 각각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적 형태"라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