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150억+α' 사건과 관련, 12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해 이틀째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권 전 고문의부인에도 불구, 혐의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것은 지난달 26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 대한 1차 조사에서 관련 진술을 확보했고, 김영완씨가 보내온 자료에서도 권 전 고문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권씨가 자금을 건네받은 시점이 2000년 4월초인 점으로 미뤄 상당 액수가 총선 자금 명목으로 정치권에 유입 또는 전달됐을 것으로 심증을 굳혔으나 구체적 유입 경로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한 듯하다. 송광수 검찰총장도 이날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현대 비자금이 권 전 고문에게서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해정치권 유입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현대 비자금의 정치권 대거 유입 의혹을 밝혀내는 것은 결국시간문제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2000년 총선 당시 권 전 고문을 통해 현대비자금을 수수한 정치인이 20여명 가량 된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까지 여의도 정가에 떠돌고 있다. 그러나 설령 향후 수사과정에서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이들 정치인이 단순히 당의 선거지원금인 줄 알고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 전 고문과의 공범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한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가이미 지난 상황에서 이들 정치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총선때의 `안기부 예산전용' 사건에서도 국가예산을 불법 전용하는데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 등 일부 인사만이 사법처리됐을 뿐이 돈을 받아 사용한 정치인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던 선례도 있다. 그러나 권 전 고문이 현대측으로부터 자금을 건네받는 데 관여했거나 그 돈의대가성을 알았다면 해당 정치인은 사법처리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변호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권 전 고문과는 별도로 현대측으로부터 어떤 청탁과 함께 거액의 자금을 건네받은 정치인이 추가로 드러난다면 역시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검찰도 권씨가 현대 비자금을 건네받는 과정과 그 돈의 사용 및 분배 등에 관여한 정치인이 있는지, 현대측으로부터 별도의 자금을 제공받은 정치인이 있는지를 확인, 선별 사법처리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