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13 총선 직전 현대측으로부터 100억원이상을 받은 혐의를 받고 검찰에 긴급체포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모르쇠' 작전을 펼치며 비자금 수수 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긴급체포된 이후 대검 중수부에서 집중조사를 받고 있는 권씨는 묵비권을행사하고 있진 않지만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검찰은 전했다. 또한 권씨는 조사과정에서 검찰이 소환 통보없이 자신을 전격 긴급체포한 배경을 놓고 자신을 겨냥한 `표적수사'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 수사검사 등에게 강력히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11일 자택에서 긴급체포돼 검찰로 연행된 뒤 자정께 조사실내에서 잠자리에 든 뒤 12일 오전 7시30분께 기상, 미역국과 북엇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이틀째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씨가 70세가 넘는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 충분한 수면과 휴식시간을제공하고 있으며 변호인 접견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97년 한보비리 청문회에서는 한보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순순히시인했지만 `주군'인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불꽃 튀는 언변을 구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권씨는 작년 5월 진승현씨로부터 금감원 조사무마 등 명목으로 5천만원을 받은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자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가운데 변호인 접견을 요구하는 등 특조실내에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변호인들이 밤늦게 "혈당치와 콜레스테롤이 정상인보다 높아 입원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담긴 권씨 건강진단서를 수사팀에 제출하는 변론 작전을 펴기도 했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 대한 보답인지 권씨는 검찰이 현대 비자금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한 직후인 지난달 2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내는데 성공하자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눈물을 쏟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권씨가 검찰의 집요한 칼날을 피하는 데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김영완씨가 보내온 `+α' 관련 자술서와 참고인 진술 등 다른 증거를 근거로 권씨를 압박하고 있으며, 자백이 없더라도 이미 확보된 증거관계만으로도 권씨에 대한 신병처리 및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