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는 11일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α' 사건과 관련, 현대측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이날 오후 7시30분께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긴급체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권씨 체포 직후 기자회견에서 "권씨의 금품수수 혐의는 현대 비자금 '+α'와 관계가 있다"며 "그가 현대로부터 받은 자금은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밝혀 현대가 조성한 비자금 '1백50억원+α' 가운데 '+α'에 해당하는 금액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4백억∼5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권씨의 금품수수 시점이 90년대가 아닌 2000년대"라고 언급, 이 돈이 정치권의 2000년 총선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검찰은 권씨를 상대로 이 돈이 2000년 총선 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으며 알선수재 등 혐의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12일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권씨가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됨에 따라 현대가 조성한 수백억원의 비자금이 구 여권 등 정치권에 대거 유입됐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급진전될 것으로 보여 파문이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 대한 1차 소환 조사에서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권씨에 대한 체포는 정 회장이 추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에 대한 검찰 조사 후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게 아닌가 하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그러나 현대와 권 전 고문간 자금 수수 과정에 김영완씨가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6월 말 송두환 대북송금 특검팀으로부터 건네받은 수사자료에서 권 전 고문이 연루된 단서를 이미 포착, 수사망을 좁혀오다 지난주 정 회장의 자살로 체포시점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권 전 고문 외에 현대 비자금을 건네받은 정치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이 검찰 수사 당시 구 여권 등 실세 정치인 3∼4명에게 현대비자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는 주장이 현대 등 주변 인사들로부터 제기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영완씨로부터 '1백50억원+α'와 관련한 중요 자료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제출한 자료를 1차 검토한 결과 자체 진행해 왔던 수사 결과와 대부분 일치하는 등 현대 비자금 사건을 풀어가는데 매우 도움이 되는 자료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자료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김씨 본인이 2000년 4월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을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자술서와 증빙 금융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