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청와대 부속실장의 술자리를 찍은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누가, 어떤 의도로 찍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 지역 정가에서는 이와 관련 양 실장의 청주 방문을 주선한 오 모 민주당충북도지부 부지부장과의 갈등관계에 있는 인사들의 작품이라는 설부터 중앙 정치세력 개입설 등 분분하다. 지역 내부의 문제로 보는 시각들은 대선기간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적극참여했음에도 스포트라이트가 오씨에게만 집중되면서 소외감을 느껴왔던 인사들이오씨를 겨냥했으나 양 실장이 유탄을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몇몇 인사는 당일 저녁 식사에 배제된데 대해 심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알려졌으며 오씨도 비디오 테이프 존재와 관련 "나를 시기.질투하는 세력들의 작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처음엔 나를 겨냥해 지역 언론사를 활용했으나 여의치 않자 중앙 언론사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중앙 정치권과 연결된 것 같다"고 지역 인사 개입 가능성에비중을 뒀다. 그러나 사건 당일 양 실장의 청주 방문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노 대통령의 지지세력들이 사전 준비를 통해 `오씨 죽이기'에 나설 만큼 심각한 갈등 관계는아니었고 치밀한 추적 작업을 벌일 인물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는 점에서 '오씨 죽이기에 양 실장이 화를 당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비디오가 양 실장을 집중적으로 촬영한 부분도 오 씨를 겨냥했다고 보기 어렵게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당시 이인제 후보를 밀었던 민주당충북도지부장인홍재형(청주 상당)의원과 오씨의 갈등설이 부각되면서 홍 의원측 개입설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지만 오씨 스스로 "이미 깨끗이 털어버렸고 현재는 홍 의원과 아주 원만한 관계"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술 집 주인 이씨가 후일을 대비하기 위해 찍어놓았다거나 경찰이 이씨 수사의증거물로 삼기 위해 찍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시점에서 이씨가 언론에 비디오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경찰이 수사기록을통째로 언론사에 보내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술 집 주인 이씨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자가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을 것이라는가설은 양 씨 일행의 방문 사실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겠느냐는 점에서 역시 의문부호가 남는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계획적인 비디오 촬영, 집요한 언론플레이 등을 들어 중앙정치 세력의 의도된 작품으로 보고 있다. 양 실장의 청주 방문은 이미 한 달여 전에 익명의 전화 제보를 받은 이 지역 주간지에 의해 기사화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중앙 언론사를 통해 확대 보도됐고 방송사에 사건 당시의 비디오 테이프까지 전달되는 등 언론 플레이가 다양했다. 제보자가 양 실장 청주 방문을 지역 언론을 통해 쟁점화시킨 뒤 자연스럽게 중앙으로까지 번지기를 기대했으나 단순한 사실 보도 수준에 그치자 재차 중앙 언론사를 통해 확대 재생산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양 실장 일행이 술을 마신 술집의 경찰 수사 착수 사실은 양 실장이 청주를 방문한 지 3주가량 지난 시점에서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도 그의 청주 방문을경찰 수사 무마 청탁과 연관지어 몰고 간 점을 민주당 관계자들은 중시하고 있다. 이들이 이번 파문을 청와대를 겨냥한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 세력'의 시나리오에 의한 작품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정치적 반대 세력'이 당 내부인지, 외부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있다. (청주=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