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샴쌍둥이 사랑.지혜 자매가 싱가포르래플스(Raffles)병원에서 성공리에 분리수술을 마치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가운데 이들 가족이 왜 싱가포르에서 수술을 받았는 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샴쌍둥이 분리수술은 국내에서도 지난 94년 이래 7차례에 걸쳐 이뤄진 바 있지만 부모 민승준(34).장유경(34)씨는 싱가포르와 영국 등 타국의 의료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싱가포르에서 수술을 받았다. ◆ 전문분야별 의료진간 상호협조 = 지난 22일 싱가포르 래플스 종합병원에서집도된 사랑이와 지혜의 분리수술에는 외과전문의료진 뿐만 아니라 성형외과, 소아과, 비뇨기과 전문의료진 16명 등 5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이들 전문의들은 사랑.지혜의 초기검사 당시부터 참여해 분리수술과 이후 재활치료를 위한 가장 적절한 방안을 논의했고, 아이들이 너무 어려 수술하기 어렵다는외과의료진의 판단이 있었음에도 아이들의 머리모양과 척추에 이상이 생겨 향후 재활치료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다른 전문의료진의 의견을 감안, 조기에 수술에 들어갔다. 향후 두 쌍둥이의 재활치료에 있어서도 성형외과와 비뇨기과 등 이들 전문의료진은 상호협조하에 이들이 정상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게 될전망이다. 의료진간 협조는 비록 안타깝게 생을 마감해 실패로 돌아갔지만 같은 병원에서분리수술을 받았던 비자니 자매에게도 적용돼, 이들 자매는 6개월여간 병원에 입원,각 전문분야별 의료진의 세심한 검사를 거친 뒤 28명의 의료진과 100여명의 보조인력 등 국제적 수술팀의 '보호'를 받았다. 반면 국내의료진의 경우 한차례 외과적 의미에서의 분리수술은 가능하지만 이후재활치료 과정에 있어 전문분야별 협조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지난 95년 국내에서 분리수술을 받았던 샴쌍둥이 자매 유정.유리 자매의 어머니이건순(43.여)씨는 "유정이는 분리수술 이후 재활치료 등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해하반신 마비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어려운 형편에 하반신이 마비된 유정이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으며,언니 유리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지난 2000년 뇌사상태에 빠져 사망했다. 유정이 가족과 샴쌍둥이 부모회를 결성,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사랑.지혜 자매의 부모는 국내에서의 재활치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밝힌 바 있다. ◆ 의료복지 = 사랑.지혜의 부모는 지난 3월 4일 이들이 태어난뒤 줄곧 의료보험 혜택과 정부의 장애인 지원을 받기 위해 보건당국에 장애인으로 등록하려 했으나,샴쌍둥이는 장애인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어야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장애인으로 등록,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경우는 지체, 시각, 청각, 간질장애 등 15가지에 불과해 난치.희귀성 질환을 앓는이들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기가 힘겨운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샴쌍둥이와 같은 희귀질환을 매번 장애 분류기준에 넣어업데이트한다는 것은 장애 분류 코드가 몇백개를 양산할 수 밖에 없어 현실적으로무리가 있다"며 "샴쌍둥이와 같은 희귀질환의 경우 의사의 진단을 통해 장애인 복지법 등 법규에 맞춰 등록이 돼야 장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랑.지혜 자매는 외국인으로 분류돼 현지에서 분리수술을 받아도 장애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나, 국내에서 내국인으로서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이들 가족이 싱가포르나 영국 등 다른 대안을 찾게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 치료 위한 모금활동 = PC방을 처분, 빚을 내 싱가포르행을 감행한 사랑.지혜부모는 출국전 국내에서 치료기금 마련을 위해 모금활동을 시도하면서 각종 사회보호재단과 언론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에 따르면 부모의 경우 본인의 자녀를 위한 모금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각종 사회보호재단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사랑이와 지혜의 희귀한 사례가 소액 다수의 불우 이웃들을 돕는 단체 설립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어린이보호재단의 경우에도 초기에 부진한 모금실적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2001년 4월 네팔 카트만두에서 온 가난한 샴쌍둥이 자매의수술을 위해 모금운동을 통해 65만 싱가포르달러(약 4억8천만원)를 모아 기부했었다. 당시 수술을 맡았던 싱가포르종합병원은 병원비의 상당액을 깎아줬고, 의사들은자발적으로 나섰으며, 싱가포르 항공은 쌍둥이 자매와 부모들의 항공비를 부담했다. 지난 7일 생을 마감한 비자니 자매의 경우 이란 정부가 수술과 치료비 30만달러전액을 지원했고, 싱가포르 내외에서 모금활동이 활발히 진행된 바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