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태 < 전경련 교육특위원장.삼보컴퓨터 회장 >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열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교육 에너지가 제대로 된 교육제도를 통해 기업 및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증기기관차에서 석탄을 계속해서 태우는데 증기가 새어나가 기차가 힘차게 달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인재가 필요한 기업과 인재를 공급하는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산 동쪽의 산동시에는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목재를 다듬는 회사가 있고,산 서쪽에 있는 산서시에는 나무를 사다가 잘라서 문틀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그런데 산동시의 회사는 항상 나무를 동그랗게 깎아주고 산서시에 있는 회사는 그것을 밤낮 네모나게 잘라서 문틀을 만든다. 이것을 50년이 넘게 계속했다. 이게 바로 한국의 기업과 대학이다. 대학은 인재를 동그랗게 깎아냈고 기업은 그 인재를 네모나게 잘라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두 대의 배가 나란히 떠가는데 한 배에선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박수받고 칭찬받는다. 다른 배에선 춤만 잘 추면 박수받는다. 노래부르는 배를 갑이라고 하고 춤추는 배를 을이라고 하면 갑에 탄 사람은 모두 을로 갈아타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을에선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중요한데 갑에서 뽑혀오는 사람은 항상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었다. 갑이 한국의 대학이고 을이 기업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대학과 기업이 서로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서다. 기업은 지금껏 자신들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대학이 길러낸 인력을 데려다가 동그란 것을 네모로 다듬고 있었다. 이제라도 대학에서 배출된 인력을 개별 기업차원에서 교육시키기보다는 산업계와 대학이 함께 손을 잡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양측의 협력은 우선 간단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대학 졸업생만을 채용해왔다. 하지만 기업이 대학 1학년 학생들과 인턴사원 채용형식으로 관계를 맺고 일찍부터 기업이 바라는 인재를 양성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이 대학에 "우리가 원하는 인재는 이런 실력과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 대학은 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을 실시하고 대학 4년 중 1년 정도는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줘야 한다. 기업이 인재 교육에 대해 요구하려고 들면 대학뿐만이 아니다. 초·중·고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기업이 바라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흔한 것도 사람이고 귀한 것도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마땅한 인재를 구하는 일이 제일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과거엔 돈과 기술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다면 이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대학,기업과 사회가 계속해서 많은 대화와 토론을 나눠 대학에선 노래부르는 사람만 키우고 기업에선 춤추는 사람만 필요로 하는 일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