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요전기는 지난해 여름 느닷없이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에 산요전기 직원 2백명을 5년 내에 MBA(경영학석사)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은 올 5월부터 보스턴대는 산요전기는 물론 일본 중국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 태평양 EMBA(최고경영자과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사례는 대학이 기업의 요구에 어떻게 발빠르게 대응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제이 킴 보스턴대 교수는 "지난해 4월 산요전기의 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난 뒤 20명이 넘는 산요전기의 사장들을 모아놓고 '잘못하면 우리 밥 줄 다 끊어지게 생겼더라.회사경영을 다르게 해야겠다'고 말했고 이 일이 계기가 돼서 보스턴대에 MBA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산요전기의 인사담당 임원은 회장 지시를 받고 곧 바로 보스턴대를 찾았고 제이 킴 교수 등과 어떤 MBA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협의했다. 그 결과 △회사 풍토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부장급을 교육대상으로 삼을 것 △일본 사람들만 모아서 교육시키지 말고 한국과 중국 사람을 함께 교육시킬 것 △부장급 인력을 2년씩 데려다 가르치는 것은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1년짜리 집중교육 코스를 만들 것 등 기본 방침을 세웠다. 제이 킴 교수는 "보스턴대는 산요전기와 15년동안 협력관계를 맺어왔다"며 "대학과 기업의 이같은 장기 협력관계야말로 기업의 니즈(needs)에 부응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