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2차 공판이 21일 오후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변호인들의 반대신문 위주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적극적인 자기방어에 나선 가운데 일부 피고인들의 진술이 엇갈리기도 했다.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000년 4월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 별관으로 불러 정상회담 예비접촉에서 정부가 북한에 1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 전수석은 이어 "2000년 5월 임 전 원장, 박 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경제협력기금을 사용해 1억달러 송금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두 사람이 반대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이 전 수석이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제안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현대가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요청해와 이 전 수석 등에게 이런 뜻을 전한 적은 있으나 액수를 언급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당시에는 현대가 3억5천만달러를 대북송금키로 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정몽헌 회장을 만나긴 했지만 정부 몫인 1억달러를 대신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정몽헌 회장은 "2000년 5월께 박 전 장관을 만나 도와달라고 했더니 정부몫인 1억달러를 대신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때 정부가 1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사실을 알게됐다"며 박 전 장관과 상반된 진술을 했다. 한편 박 전 장관은 이날 "특검이 제출한 증거를 인정하고 주거가 일정해 도주할 우려도 없으며 이 전 수석과 공모해 산업은행에 대출압력을 가했다는 부분 역시 무죄이므로 보석을 허가해 달라"며 보석허가 신청서도 제출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