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선출직 유엔 전문기구의 수장이 된 이종욱(李鍾郁.58) 박사가 21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공식으로 취임했다. 이 신임 사무총장은 오전 9시에 WHO 본부에 출근해 이임하는 그로 하를렘 브룬틀란트 사무총장과 인사를 나눈 뒤 10시 대회의장에서 새로 선임된 간부진이 배석한 가운데 30분간 취임 연설을 했으며 이어 각국 기자들과 회견했다. 이 총장은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올바른 일을,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3대 업무 원칙을 천명하고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퇴치를 위한 가시적 결과를 얻기 위해 '집중과 조직화' 전략을 취할 방침임을 분명히했다. 취임 연설의 핵심은 사스와 같은 일시적으로 폭발성을 갖는 전염병보다는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등과 같은 만성적이되 큰 희생을 초래하는 질병의 근절이 더욱 시급하다는 그의 현실 인식을 다시 한번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 총장은 역점사업으로 제시한 에이즈 문제와 관련해 오는 2005년까지 개도국의 에이즈 환자 300만명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를 공급한다는 이른바 `3 바이(by) 5' 목표의 실현에 거듭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를 뒷받침하기위해 세계 에이즈의 날(12월1일)까지 담당부서에 글로벌 플랜을 마련을 지시하고 에이즈 퇴치사업의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지금까지 에이즈에 대한 이해와 치료방법 개발, 정책 결정, 기금 마련을 위해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고활성 치료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를 공급하기 위한 새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이와 함께 WHO의 업무는 기본적인 의료혜택도 받지 못해 고통 속에 죽어가른 성인 남녀와어린이를 위해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개도국의 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 지역 사회와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다짐하고 개도국에서 선발된 젊은 의료 인력을 연수시키기 위해 제네바 본부에 `보건 리더십 서비스 프로그램'도 설치하겠다고 아울러 약속했다. WHO의 사이트를 통해 전세계 요원들에게 중계된 취임 연설에서 이 총장은 많은WHO 요원들은 전문지식과 사명감으로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면서 "여러분 개개인의 기여가 없었다면 기구의 노력은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치하했다. 이 총장은 WHO의 관료주의적 병폐에 언급하고 자신의 재임 기간중 WHO는 팀 구축과 정보 공유를 통해 더욱 업무의 효율을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평소 이 박사는 WHO의 밀실행정 및 관료주의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으며 정치적 힘에 의해 정책이 입안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총장은 취임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역, 국가, 세계적인 수준에서 더욱 강력한 질병 감시와 대응체제 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다면서 사스와 같은 돌발적 질병 발생 경보 및 대응체제를 즉시 확대하고 강화해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 박사는 올해 1월 총장 선거에서 7차례의 표결을 거치는 접전 끝에 승리하고지난 5월 총회에서 인준을 받았다. 이 총장 당선은 1988년부터 10년간 WHO 사무총장을 역임한 일본의 나카지마 히로시 씨에 이어 아시아 출신으로는 두번 째이다. 한편 이 박사는 대북 지원과 관련해 지난 19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인도적 긴급원조 측면에서 WHO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가급적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우선은 업무 파악에 힘쓰고 내년쯤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덧붙였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