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 시원스럽게 펼쳐진 들판, 한적한 숲속-. 일과 근심 걱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고 싶은 휴가철이다. 그러나 어쩌랴. 집 떠나면 고생인 걸. 어디를 가도 북적거리는 피서 인파, 빈 자리를 찾아헤매야 하는 주차전쟁, 왠지 찜찜한 숙박시설, 바가지 요금 등등… 그러나 앞으로 이런 피서여행 풍속도는 점점 사라질지 모른다. 괜한 기대가 아니다. 캠핑카 여행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새로운 형태의 여가 선용 방식이 추구되면서 국내에서도 캠핑카 여행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에서 열린 제64회 '세계 캠핑 캐라바닝 대회' 이후 더욱 그렇다. 캠핑카 여행이 이제는 더 이상 땅덩어리 넓은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고급 레저활동이나 일부 여행 마니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캠핑카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캠핑카를 렌트하거나 판매하고, 캠핑카 여행을 알선하는 국내 관련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 캠핑카를 빌리거나 사는 데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까. 국내 최대 캠핑카 렌털 및 판매업체인 굿위크엔드(GOOD WEEKEND)를 통해 알아보자. 우선 캠핑카는 트레일러형과 일체형 두 가지가 있다. 트레일러형은 승용차가 캠핑카를 견인하는 방식이고 일체형은 견인차 없는 말 그대로 차체 자체가 캠핑카다. 굿위크엔드가 판매하고 있는 트레일러형은 대당 2천만∼4천만원선, 일체형은 대당 8천만∼1억5천만원선이다. 장석재 굿위크엔드 사장은 "아무래도 아직은 구입이 부담스러워 빌려 타는 고객이 많다"며 "그래도 회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회원수가 5백여명인 굿위크엔드는 연간 39만원의 회비를 내면 회원에게 비성수기 때 하루 6만원, 성수기 때는 25만원을 받고 캠핑카를 빌려주고 있다. 처음 가입할 때는 2,3일씩 시승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비회원은 회원보다 1.5배 정도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캠핑카를 빌릴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업체가 자동차대여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는지,운행시 피해를 보상해 주는 일반보험 말고도 캠핑카 전용보험에 들어있는지, 트럭을 고쳐 꾸민 개조 캠핑카가 아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물론 국내에서 캠핑카 여행이 일반화하기엔 아직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여행지의 전기, 용수, 상ㆍ하수도 시설 등 캠핑카 전용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거의 없다. 국내에선 망상해수욕장이 유일하다. 망상해수욕장은 동해시와 한국캠핑캐라바닝연맹이 운영하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동해시는 아예 그 곳에 10대의 캠핑카를 정차시켜 놓고 대여하고 있다. 이렇듯 관련 인프라가 열악하지만 전망은 밝다는게 장석재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관광호텔이나 콘도 건설은 자연 파괴와 부동산투기 등의 부작용이 심해 캠핑카 여행 장려로 정부의 중장기적인 정책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관광부가 오는 2005년까지 망상해수욕장 같은 캠핑카 전용시설이 갖춰진 여행지를 16군데 더 개발하기 위해 예산처의 심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