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후련합니다. 아이들의 호적도 제 밑으로올리고 이제 떳떳한 아빠로 살 겁니다" 대학가 중국집 배달원에서 일약 '스타'로 부각돼 기업체나 관공서에 출강하는 등성공시대를 열었던 일명 '번개'가 10년 가까이 타인행세를 해 오다 덜미를 잡혔다. 19일 광주 서부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10년 가까이 남의 이름으로 살면서 죄책감에 시달려온 김모(38.서울 강서구 화곡동)씨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김씨는 지난 94년 4월 자신이 일하던 중국 음식점 계산대에서 훔친 주민등록증을위조해 최근까지 '조태훈'이란 이름으로 행세해 왔다. 김씨는 지난 92년 4월 향토예비군 설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중지되고 이듬해 4월20일 잦은 이사와 그 때마다 이전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돼 자신의주민등록증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러던중 함께 식당일을 하다 잠적한 동료 배달원의 주민등록증을 가져다 자신의사진을 붙여 사용하게 됐고 그것이 불행의 씨앗이 됐다. 김씨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앞 모 중국 음식점에서 '번개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주문취소'를 허용할 겨를도 없는 신속성으로 이름을 알린 끝에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고려대학교에서는 김씨에게 '조태훈'이라는 이름으로 명예 강사 위촉장을 수여했고 김씨는 '번개 배달원 조태훈 강사'로 전국 각지를 돌며 자신의 성공 이야기를 전했다. 김씨는 한달에 1천만원에 이르는 수입에도 불구하고 남의 이름으로 너무 유명해진 자신을 발견하자 자수는 고사하고 두 명인 아이의 호적도 혼인신고도 하지 못한부인에게 올리는 등 불안한 삶을 살아야했다. 그러나 김씨는 엉뚱한 근로소득세 납부고지서와 생활용품 사용료 청구서 등을 받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것'을 의심한 실제 조태훈씨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18일 오후 이날도 기업연수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기위해 경기도 안성시청을 찾은 김씨는 기다리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날 공문서 위.변조와 조세포탈,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0년 가까이 쌓아온 사상누각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