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 선생의 출생지를 놓고 청마의 가족과 통영시 사이에 벌어진 민사소송에서 법원의 1심 선고가 이뤄지긴했으나 실제 출생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진 못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7부(재판장 고영한 부장판사)는 16일 청마의 딸 3명이 "통영시 청마문학관 안내판에 적힌 부친 출생지를 정정하라"며 통영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원고들은 청마가 1908년 거제에서 태어나 1910년 통영으로 이사했다고 주장하며이를 뒷받침할 관련자료를 내세우고 있긴 하나 확실한 공적인 기록이 없어 이 자료만 갖고서는 청마 출생지가 거제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청마가 태어난 1908년 당시 청마 부친의 행적이나 거주지를 알 수 있는 공적인 기록이 없다"며 "청마 역시 자작시 해설집 `구름에 그린다'에서 스스로 통영에서 출생한 것으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청마의 친형인 유치진 선생이 생전에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태어날때부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통영에서 살았다고 진술했다"며 "아울러 청마 스스로 수려한 풍광의 항구도시인 통영에서 출생.성장한 것에 대해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재 제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이라며 "출생지 논란과 관련한 명예회복 및 위자료 청구가 소송의 핵심이므로출생지가 어디인지에 대해 재판부가 공식입장을 밝힐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청마의 출생지를 둘러싼 논란은 옛 통영이 거제시와 통영시로 분리되면서 불거진 것으로 그동안 거제시와 통영시는 서로 청마가 자기 행정구역에서 출생했다고 주장해 왔다. 통영시는 2000년 2월 "청마의 출생지가 통영"이라며 통영시 정량동에 청마문학관을 건립했으나 거제시는 유족의 진술 등에 근거해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에 또다른청마문학관을 건립, 두 지자체에서 두 개의 문학관을 운영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통영시는 소송이 진행중이던 지난 4월 법원의 조정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후 청마의 출생지와 관련, 당초 안내판에 기재했던 `1908.7.14(음) 통영시 태평동 552번지에서 출생' 부분을 `1908.7.14(음) 출생'이라고 고친 뒤 안내판 하단에 `청마는 1959년 발간한 자작시 해설집에서 내가 난 곳은 통영이라고 밝혔다'고 기재, 한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