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이 원자력 수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지난 17년간 표류하던 핵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 작업이 해결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핵 폐기물 처리장이 국내에도 마련됨에 따라 향후 수십년간 원자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특히 이번 부지선정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핵폐기물 처리장을 수용하는 지자체에 대해 2조원에 달하는 재정지원과 국내 원자력및 수력발전을 전담하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의 본사이전을 담보하는 '당근전략'을 내세워 희망하는 지자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다. 이는 과거에 중앙정부가 특정지역을 선정한 다음 지역주민의 반발을 무릅쓰고 밀어붙이던 관행에서 탈피한 것으로 '경제지원 인센티브와 지역 님비(NIMBYㆍ혐오시설기피) 현상의 빅딜'이 국내에서 초대형사업에 적용된 첫 사례다. ◆ 파격적인 재정 지원으로 님비 극복 =부안군이 핵 폐기물 시설 유치를 신청하게 된 데는 '향후 20년동안 2조원을 지역 사업 등에 투자하겠다'는 중앙정부의 약속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는 우선 선정 부지에 6천7백억원을 들여 '중ㆍ저준위 폐기물 처리장'과 '사용후 연료 중간 저장 시설'을 건립키로 했다. 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1천6백억원짜리 '양성자기반 공학기술개발' 사업장도 이곳에 들어선다. 매년 36억원의 주민세를 안겨줄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도 오는 2008년까지 이전된다. 여기에 △테크노파크(8백억원) △산업단지(1천5백억원) △배후주거단지(1천1백억원) △관광ㆍ레저단지(1천5백억원) 등 모두 4천9백억원에 달하는 지역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부안군이 최종 사업지로 확정될 경우 지원계획에 따라 전형적인 농어촌에서 산업 주택 복지 문화시설을 골고루 갖춘 전원도시로 탈바꿈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08년 저준위 처리시설 가동 =산자부가 계획한 자율유치 신청 마감시한은 15일 오후 6시까지다. 다른 후보지역들이 이때까지 신청하지 않을 경우 전북 부안이 최종 후보지가 된다. 현재 강원 삼척시는 주민 반발 등으로 인해 유치 신청을 포기했으며 전남 영광군도 주민들로 구성된 유치위원회가 제출한 신청서를 반려한 상태다. 산자부는 16일부터 부안군 위도의 지질과 해양환경 등을 검토하기 위해 '부지선정위원회'를 연 뒤 이달말께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예비조사 결과 위도는 핵 폐기장 부지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이변이 없을 경우 최종 부지로 선정될 전망이다. 설계 및 공사는 위도에 대한 '4계절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내년 하반기중 시작된다. 먼저 2008년까지 중ㆍ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이 건설되고 2012년까지 양성자 가속기 사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용후 연료 중간저장시설은 2016년 완공된다. 테크노파크 산업단지 배후주거단지 등은 단계적으로 오는 2017년까지 건설되며 관광ㆍ레저단지는 2022년께 모양새가 갖춰질 전망이다. ◆ 분열된 민심 수습이 과제 =핵 폐기장 유치를 놓고 갈라진 지역 민심을 추스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안군이 핵 폐기장 유치 신청서를 내자 반대측 주민과 반핵국민행동 등 환경단체 등은 곧바로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고 총력투쟁을 다짐했다. 또 지난 11일 임시회를 열고 반대 7, 찬성 5로 핵 폐기장 유치건을 부결시킨 군 의회가 향후 지자체의 유치신청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자칫 주민간 갈등이 지자체와 군 의회간 갈등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앞으로 부안군과 함께 원전 수거물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며 "원전시설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주민 시민단체 등과 함께 감시단을 운영하고 원전시설 정보를 모두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