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 삼호면 일대 3백50만평 규모로 조성된 대불국가산업단지엔 '국가산업단지 조성의 대표적 실패 케이스'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분양을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분양률은 50%대에 불과하다. 최근 1~2년새 단지를 쪼개 판다, 외국인단지를 만든다,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한다 해서 겨우 턱걸이한 수치다. 지난 5월말 현재 입주기업 1백36개중 가동업체는 84개에 불과하다. 입주업체 가운데 아직껏 착공조차 않고 있는 업체도 16개에 이른다. 그래서 대불산단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조성돼 89~97년까지 4천1백12억원의 공사비만 날렸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대불산단의 평당 분양가는 22만4천원, 임대료는 89원으로 전국 국가산업단지중 가장 싸지만 왜 이처럼 기업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일까. ◆ 원스톱 지원체제 미비 =대불산단 내 입주업체인 A기업은 지금도 입주를 후회하고 있다. 입주 당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등을 약속받았으나 관련기관간 이견 등으로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이 회사는 하는 수 없이 스스로 LNG탱크를 지어야 했다. B업체도 입주 전 가설해 주겠다던 고압 전기케이블을 한전측이 수혜자 부담원칙을 들어 거부하는 바람에 자기 돈을 들여 깔았다. 또 C업체는 식수의 수질이 크게 떨어져 지금까지도 회사 내에 정수기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대불산단의 식수는 주암호 물을 끌어다 먹는 목포와는 달리 수질이 다소 떨어지는 몽탄취수장에서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부분 업체들이 입주 후 공장 가동을 위해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원스톱 지원체제의 미비'가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 열악한 사회간접자본(SOC) =산업단지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중 하나가 바로 SOC다. 대불산단은 서해안고속도로에 무안국제공항, 목포신외항, 호남고속철도(건설 예정) 등을 갖추게 돼 겉만 봐선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이들 대형 SOC 사업들은 모두가 예산 부족으로 착공 또는 공기가 연장됐던 공통점이 있다. SOC가 더디게 조성되면서 기업들은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됐으며 이는 분양률 저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오는 9월에 개통되는 일로∼대불항 12.4km 구간의 서남권 신산업철도도 대불항∼목포신외항간 2단계공사의 착공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절름발이 시설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일방적 조성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예가 대불항이다. 2만t급 3선석을 갖춘 대불항에는 요즘 체선현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목포항의 체선이 대불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특히 한국종합화학과 삼양사 등의 물량을 선적한 화물선은 4만∼5만t급 벌크선이 주종으로 밀물 때만 대불항에 입항할 수 있어 체선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봉현 전남대 교수(지역개발학과)는 "SOC는 특성상 보다 잘 갖춰진 곳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게 마련"이라며 "대불산단과 같이 낙후된 곳에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선도기업 부재와 주변 여건 열악 =대불산단 활성화의 관건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선도기업 유치를 꼽는다. 대불산단의 가장 큰 약점은 전ㆍ후방 연관효과가 큰 대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이 일대에서 대표적인 업체론 현대삼호조선소가 꼽히지만 산단 내 협력업체는 20여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울산지역에 있다. 또 지난해 11월 산단 내 35만평이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아직까지 입주를 결정한 대기업은 없는 실정이다. 목포상의 관계자는 "자유무역지역 지정으로 대불산단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대불산단이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광양 부산쪽에 비해 물류비 부담이 커 대형 업체들이 여전히 입주를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주거 교육 등 배후시설의 조기개발도 시급하다. 최근 산단 내에 다국적 물류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내한한 독일 BLG사 관계자는 산단 주변에 주거 교육 환경 쇼핑공간과 문화시설이 전무해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목포=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