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땅은 땀 흘려 번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안양 시내에서 제지공장을 돌리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폐를 끼쳐 늘 미안하게 생각해왔는데…이제 이 땅을 안양 사람들에게 돌려드리는 게 당연합니다." 42년간 제조업 외길을 걸어온 전재준 삼덕제지 회장(80)이 시가로 3백억원이 넘는 안양시내 중심가의 금싸라기 공장부지를 안양시에 쾌척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 회장은 11일 오전 안양시청을 방문,신중대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공장부지 4천8백42평을 안양시에 기증했다. 전 회장으로부터 토지를 기증받은 안양시는 전 회장의 뜻을 기려 '삼덕공원'으로 이름지은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중대 안양시장은 "삼덕제지가 공장 터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신청하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곳인데 전 회장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 지역주민,후손들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공원을 조성하겠다"면서 감격스러워 했다. 전 회장이 기증한 토지는 안양동 782의 19,24,25 일대 4천3백여평과 114번지 5백평으로 안양 중앙시장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예전엔 공장지대였으나 안양 도심상권과 주거지역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안양시내 요지에 위치한 일반주거지역으로 변했다. 지금 당장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축이 가능한 땅으로 여느 땅부자들처럼 삼덕제지도 이런 사업을 시도한다면 수백억원대의 부동산개발 수익을 거뜬히 올릴 수 있는 땅이다. "피와 땀으로 가꾸어온 공장이어서 자부심도 남달랐습니다만…세월이 흐르다보니 본의 아니게 안양 중심가에 떡 버텨 서 있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전 회장은 "안양에서 사업을 일으켰으니 살기 좋은 안양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 싶어 공장 부지를 내놓기로 했다"고 밝히고 "시민을 위한 땅으로 보람있게 활용되기를 바란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전 회장은 "공장부지 기증을 위해 딱 두번 가족회의를 했는데 아내와 아들,딸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며 "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지만 내 것이 소중한 만큼 남의 것,이웃의 것을 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땅을 기증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개성 출신의 전 회장은 지업상,성보실업,동남교역 등 주로 지류업에 종사해 왔다. 지난 61년부터 현재의 안양공장에서 인쇄용지 제조회사인 삼덕제지를 경영해오다 사업이 커지면서 삼정펄프도 세웠다. 삼덕제지는 공장부지를 내놓고 곧 경남 함안으로 이전하게 된다. 전 회장은 공장을 옮기면서 함께 이사를 가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퇴직금은 물론 근무연수에 따라 최고 2천5백만원까지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