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150억+α'에 대한 정치권의 새 특검법 논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현재 이 돈의 흐름을 쫓고 있는 검찰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그간 `비자금 150억원'에 대한 계좌추적이 새 특검의 출범전까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임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11일 `150억원+α' 한정 특검법안에 북한의 고폭실험 문제를포함시키는 재수정법안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새 특검법을 둘러싸고 민주당 및 청와대와의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새 특검법이 시행되기까지는 많은 시일 필요하게 됐고, 결국 `비자금 150억원' 수사는 자연스럽게 검찰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얻게 됐다. 한나라당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것으로 감지되면 국정조사나 새 특검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검찰의 수사착수를 사실상 `용인'하는 태도를 보여 이런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그간 검찰은 계좌추적 과정에서 `비자금 150억원' 돈세탁에 관여한 사채업자들을 줄줄이 소환 조사하는 등 실제로 `수사'를 벌여온데다 핵심인물인 김영완씨를 미국에서 강제귀국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강한 수사의지를 보여 왔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좌추적 착수때 사건을 검찰에서 맡겠다고 발표할 생각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검사라 할 수 없다. 국가적 의혹을 규명하고 벌줄 사람은 벌주는 것이 검찰의 할 일"이라고 답변한것은 검찰의 입장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국회에서 새 특검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점을 감안, 선뜻 전면에나서지는 못해왔다. 검찰이 이처럼 `150억원' 수사에 욕심을 내는 것은 국민적 의혹 사건 수사에서계속 소외되서는 `사정의 중추기관'이라는 위상의 재정립이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절박한 판세 분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복의 기회가 필요한 검찰로서는 이번 사건을 본격적으로 맡게 될 경우 정치권 등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그 어느 사건보다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를 밀어붙일 것으로 점쳐진다. 검찰내 수사는 현재 계좌추적을 진행중인 대검 중수부가 자연스럽게 맡게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150억원' 계좌추적을 하고 있는 부서가 중수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건의 규모와 성격 등에 비춰볼 때 최고 수사력을 보유한 중수부가 나서는것이 적절하다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김영완씨에 대한 정확한 소재파악과 함께 김씨를 강제귀국시키기 위한 작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서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돈세탁 과정을 거친 `비자금 150억원'의 행방을 쫓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이 돈 자체가 애초부터 `바꿔치기'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또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에게서1억원짜리 CD 150장을 넘겨받으면서 곧바로 이미 세탁과정을 거친 자신의 다른 돈 150억원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비교적 정공법을 택해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를 받는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에 이어 이번 `비자금 150억원' 사건을 어떤 해법으로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