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이민을 생각하십니까.' 이민 열기가 20,30대까지 옮겨붙고 있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4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공동으로 성인 남녀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가치관 조사 결과 20대의 50.5%와 30대의 51.0%가 '가능하면 이민을 가겠다'고 응답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이민·유학 박람회'에서도 이틀간 무려 5만여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에서 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민은 먼저 이민국을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통 선호하는 국가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나라다. 이민을 가서 본인은 고생하더라도 아이에게만큼은 영어을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교육열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4개국으로의 이민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연고 이민을 제외하고는 이민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미국이 문호를 닫으면서 지난 96년 이후 독립이민 1위를 지키고 있는 캐나다도 지난해 이민법을 개정한 뒤 이민 절차가 어려워졌다. 돈이 많지 않거나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인터뷰하는 데만 대략 2년을 기다려야 한다. 한 이주알선업체 관계자는 "캐나다 이민 대기자가 5천가구 정도는 될 것"이라며 "최소 3년이상 걸려야 이민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90년대 후반 이후 새롭게 떠오른 뉴질랜드는 IELTS라는 영어시험을 치러 상당히 높은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뉴질랜드는 2001년까지만 해도 자영업자 등에게는 영어시험을 면제해줬지만 지금은 예외가 없다. 이에 따라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피지 몰타 등이 대안국가로 뜨고 있다. 특히 몰타의 인기가 높다. 이탈리아 반도아래 지중해에 위치,기후가 좋고 영연방국가로 영어를 사용하는 데다 내년에 유렵연합(EU)에 가입해 다른 유럽국가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인기를 끈다. ◆미국=연고 초청에 의한 이민이 대부분이다.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길은 투자와 취업이민이다. 투자이민의 경우 투자자와 그 가족을 위해 매년 총 1만명의 비자를 할당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소 50만∼1백만달러 가량을 투자해야 한다. 조건이 복잡하고 모호한데다 각 주별로도 달라 이민법을 숙지하고 투자프로그램 선정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소액투자 이민자들은 조건부 영주권 조건에 해당되지 않아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이민의 문이 비교적 개방된 상태로 이민자가 아직까진 많다. 다만 이민을 원하는 사람이 몰리다보니 인터뷰에 시간이 걸리는 점이 흠이다. 인종차별이 없고 능력 위주의 사회로 이민간 한국인들이 적응을 잘하는 편이다. 다만 영어가 원어민 수준으로 능통하고 경력이 풍부하지 않다면 한국에서의 경력과 관련된 직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가장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종은 정보기술(IT)관련 직업과 엔지니어다. ◆호주=이민대상국으로 인기가 높지만 실제 지난 2년간 호주로 이민간 사람은 8백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민의사가 있는 사람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는 호주가 이민 자격을 까다롭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이민 정책은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나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각 이민 카테고리 쿼터다. 부모 자녀 형제 등이 이민갈 수 있는 가족이민은 수요에 비해 쿼터가 상당히 적다. 반면 전문지식이나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이 가능한 독립이민 사업이민 및 투자이민은 상대적으로 쿼터 증가폭이 큰 편이다. 이민자의 대부분이 자영업에 종사하며 기업체 취업은 상당히 어렵다. 호주가 경쟁력을 가진 기초과학 연구,IT,소프트웨어 개발,유전공학,미생물학,약학,항공공학 등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고 영어 실력까지 갖췄다면 이민은 쉬워진다. ◆뉴질랜드=지난해 11월부터 일반이민과 투자이민자의 영어시험 통과자격이 크게 강화됐다. 이달부터는 학력 또는 경력과 관련된 풀타임 잡 오퍼가 있어야 일반기술이민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새 규정에 따른 영어구사능력 수준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이수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IELTS 6.5)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사업비자도 영어시험을 통과해야 하고(IELTS 평균5.0),업종선택도 뉴질랜드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내주는 첫 비자기간도 9개월 뿐이고 중간에 업종 변경도 불가능하다. 투자이민도 영어시험을 치러야 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