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초등학교에 해외영어캠프 광풍이 불고 있다. 4주짜리 단기 연수에 수백만원의 비용을 요구하는 해외영어캠프가 여름방학을 앞둔 학부모와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각종 문제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시 교육청이 값비싼 해외연수의 부작용을 줄인다는 취지로 소수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료 영어캠프를 계획했지만 오히려 학교 현장의 조기영어교육의 과열을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있다. ▲실태 올 여름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해외영어캠프를 실시하는 곳은 정확한집계없이 부산에서만 수십곳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사설 어학원 주관 행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민간 여행사나 정체불명의 민간 교류단체 등이 해외 현지 학교와 계약을 맺고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기간은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초등학교 여름방학에 맞춰 2주 또는 4주간으로대개 동일하다. 하지만 비용은 수십만원대에서 수백만원대까지 천차만별. 사설 `A재단'은 호주멜버른 현지학교 수업을 전제로 7월20일부터 8월2일까지 2주짜리 120만원, 7월20일부터 8월16일까지 4주짜리는 190만원을 받는다. 물가가 비교적 싼 호주나 뉴질랜드쪽은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캐나다와 미국쪽은 훨씬 비싸 `K협회' 등 일부에선 2주짜리에 최고 200만원, 4주에 최고 450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해외연수가 비싼 비용문제로 도마위에 오르면서 국내 영어캠프가 인기를 끌고있지만 이 역시 비용이 만만찮으며 B대학과 같이 해외 현지연수를 흉내낸다며 어린학생들을 기숙까지 시키는 곳은 수강료가 150만원대에 달한다. ▲문제점과 부작용 어린 학생들이 자의로 참여하든 학부모의 욕심으로 참가하든지간에 해외연수는어린이들에게 방학이 재충전의 즐거운 방학이 아니라 고통스런 방학이 될 수도 있다. 과도한 비용부담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학급내에서 `영어캠프 참가여부'가 어린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심지어 해운대 신시가지와남구, 수영구 등 중산층 밀집지역 초등학교에선 영어캠프에 참여하지 않는 어린이가따돌림을 받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5학년짜리 초등학생은 둔 학부모 김모(34.여)씨는 "지난 겨울방학에 인근 대학에서 실시하는 단기영어연수를 시켰는데 이번엔 아이가 친구따라 간다며 2주짜리 호주연수를 시켜달라고 조르고 있다"며 "만만찮은 비용도 문제지만 아이의 능력에 대한 판단도 서지 않는 판에 보내야할 지 말아야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요즘 인터넷 교육 관련 사이트엔 아이의 해외영어캠프 참가문제를 놓고 고민을토로하는 학부모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내실있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오히려 값비싼 해외연수가 국내에서 실시되는 영어연수보다 부실한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에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언론사와 공동주관하는 듯이 홍보하는 촌극까지 빚어지고 있다. 또한 단기 해외영어연수에 대해 교사들은 `바람직한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엄궁초등학교 김철수 교사(42)는 "단기간 집중연수를 통해 과연 우리 아이들이다른 언어와 문화속에서 어떤 사고를 갖고 돌아올지 걱정"이라며 "섣부른 영어교육이 아이들의 정상적인 아동기 지적.정서적 발달을 해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안은 없는가 부산시 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과외신고제도 시행으로 망국병이라 일컬어지던 과외열병이 주춤해진 대신 조기영어교육붐에 편승한 영어캠프 열풍이 불자 이번 여름방학부터 6개 지역교육청별로 여름영어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시 교육청은 다음 겨울방학부터 영어캠프 수강인원을 늘리고, 지역대학과도 연계한 방학중 영어캠프를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시 교육청의 이같은 대안도 해외영어연수 러시 현상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며, 오히려 공교육 정상화에 배치될 뿐만아니라 조기영어교육을 과열시킨다는지적을 받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교육이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문제를양산하고 있다"며 "최대한 공교육의 틀안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연합뉴스) 신정훈기자 s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