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종합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이 전 위원장은 산업은행 총재 재임 당시인 지난 2000년 6월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요청에 따라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에 대북 송금 자금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배임)로 5월24일 구속돼 한달 넘게 수감생활을 해왔다. 66세의 고령(高齡)인 이 전 위원장은 수감생활 과정에서 극도의 불안감 때문에 백내장이 심해져 두 눈 모두 실명할 위기에까지 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두 눈의 백내장과 발목 골절상이 심한 상태로 정상적인 수감생활이 어렵다"며 담당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 부장판사)에 보석을 신청했다. 그러나 아직 보석허가가 나오지 않아 이날 수술은 법원의 보호 아래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 전 위원장을 잘 아는 주위 사람들은 모두 고령에 지병이 있을뿐 아니라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만큼 법원에서 보석을 허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재판부 결정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동혁 전국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은행·증권·보험사 사장단 80여명과 양천식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및 강권석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 금융당국 관계자 2백여명은 최근 이 전 위원장에 대한 보석 허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이 전 위원장이 국책은행장 재임 시절 현대상선 등에 대한 대출 집행을 피하기 어려웠던 저간의 사정을 감안할 필요가 있을뿐 아니라 현대상선 대출이 개인적인 비리와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며 법원에 배려를 요청했다. 금감위와 금감원 직원들도 "이 전 위원장이 상시 구조조정시스템의 기본 틀을 만들고 금융 소프트웨어 개혁을 통해 질적 경쟁력을 강화시킨 공로가 크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