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에 위치한 예천공항에는 지난 5월9일 이후 두달째 드나드는 항공기가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제주도를 왕복하는 비행기를 띄웠던 아시아나항공이 엄청난 손실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운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탑승률이 70%에 못 미칠 경우 손실분의 절반을 경북도와 안동ㆍ영주ㆍ문경시, 예천군이 보전해 준다'는 조건으로 오는 9일부터 운항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해당 지자체는 확답을 주지 않은 상태다. 국내선 공항이 심각한 경영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고속도로가 잇달아 개통되면서 국내선 항공수요가 격감한 데다 일부 공항은 정치적 이유로 수익이 나기 힘든 곳에 지어진 까닭이다. 지난해 김해공항을 제외한 14개 지방공항(김포공항 포함)은 1천억원 가량의 운영손실을 기록했다. ◆ 위기의 지방공항 =예천공항의 올해 평균 탑승률은 45% 수준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은 운항이 재개되면 연간 23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자체가 보조금을 주더라도 15억원가량은 아시아나가 부담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자체의 요청을 감안해 운항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손익개념만으로 따지자면 철수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한때 예천∼서울, 예천∼제주 노선에 하루 왕복 6차례씩 비행기가 오가던 예천공항이 폐쇄 위기에까지 처하게 된 이유는 항공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데다 지난 2001년 중앙고속도로 개통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안동까지 자동차로 2시간40분에 주파하게 되면서 서울∼예천 노선은 폐쇄할 수 밖에 없었다"며 "예천군 인구가 매년 1천5백명 줄어드는 등 주변여건도 공항이 들어서기에 좋은 위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97년 문을 연 청주국제공항과 지난해 3천5백억원을 들여 오픈한 강원도 양양국제공항도 낮은 탑승률로 적자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 청주공항은 매년 50억원대의 손해를 보고 있으며 양양공항은 운영수입으로 공항 유지보수비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북에도 공항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정치적 논리로 건설에 들어간 김제공항의 경우도 인근 군산공항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고속철 개통으로 더 어려워진다 =내년 4월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지방공항은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공사는 고속철도 개통시 대구공항 수요가 65% 줄어드는 등 경부라인 항공수요가 5∼65%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김포 김해 대구 울산 포항 사천공항이 떠안게 될 수입감소분이 연간 2백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교통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종합적인 교통정책을 수립, 도로 철도 항공에 대한 투자를 연계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이에 대해 다소 적자가 나더라도 수요가 있을 경우 항공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게 건설교통부의 입장이다. 물론 지방공항이 장기적으로 도로와 철도의 교통량을 분산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군 공항을 빌려쓰는 10개 지방공항의 안전문제를 감안할 때 다소 적자가 나더라도 민간공항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있다"며 "공항이 생긴 덕분에 포항 사천 등 지역경제에 활력이 생기고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이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