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50억원으로 알려졌던 현대의 비자금 규모가 1천억원이 넘고 이중 수백억원이 여야 의원 10명에게 유입된 단서가 검찰에 포착됨에 따라 현대 비자금이 정치권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 비자금 규모는 `북송금' 특검팀의 계좌추적을 통해 대체적인 윤곽이 잡혔으며, 대검 중수부 역시 지난주 특검팀으로부터 상당한 단서가 포함된 수사자료를넘겨받아 내부적으로 수사를 진척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수사를 위한 제2특검법안을 놓고 여야간 논의가 지루한 힘겨루기 양상을보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뇌부가 이 부분 수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것은 현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단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 출금조치한 비자금 연루인사 10명 외에 현대관계자 및 사채업자 5-6명을 추가로 출금조치했으며, 비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완씨에 대해서는 강제 귀국 방안을 강구중이다. 검찰로서는 정치적 외풍과 무관치 않은 나라종금 재수사를 `그런대로' 무난히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은데 이어 현대 비자금 수사를 통해 한층 더 신뢰를 회복하고위상을 재정립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1천억원대 비자금 수사는 향후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당의 신당 논의와 한나라당의 의원 탈당과도 맞물려 정계 개편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현재 여야 10명 의원에게 비자금이 살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수사진척 상황에 따라 정치권 관련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롭게 드러난 1천억원 비자금 `충격'은 특검 수사에서 이미 드러난대로 현대그룹 분식회계 문제로도 비화돼 시장과 주주들에 미칠 파장도 예고된다. 북송금 특검수사가 '북송금 의혹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만큼 현대상선의 송금액 2천235억원과 관련된 분식회계 부분만 기소됐지만 '비자금'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경우 분식회계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공식적으로는 "계좌추적이 곧바로 수사착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새로운 수사주체가 정해지면 넘겨주겠다"는 입장인데다 여야간 특검법 협상 및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통과하자면 '비자금'의 수사주체가 정해지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수사가 본격화되는데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 같다. 또한 해외에 체류중인 김영완씨와 부하직원 임모씨 등 핵심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들의 행적이 묘연한 상태여서 누가 수사를 맡더라도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