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인하병원 영안실. 갓 서른을 넘긴 미망인과 세살난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난 한 젊은 의사의 영정앞에 오는 10일 폐원을 앞둔 이 병원 직원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인하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4년차 김모(34)씨는 비가 내리던 지난 3일 오전 1시 30분께 광주시 양벌동 도로변에서 주차장으로 들어오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응급환자들을 살리기위해 온 힘을 다하던 자신이 영안실에 누워 유족과 직원들의 오열을 지켜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김씨는 사고 전날밤 최근 퇴사한 직원과 술잔을 기울인 뒤 자정께 택시를 타고귀가하던 길이었다. 동석한 직원은 병원이 폐원을 발표한 직후 퇴사했고 평소 절친하던 두 사람은칠흑같은 자신들의 앞날과 동료들의 진로를 얘기하며 고민을 나눴다고 동료 직원들은 전했다. 이씨의 죽음이 의료계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 주변 사람들을 더욱 침통하게 만들었다. 동료 전공의 구영길(37)씨는 "동기 중 우리 둘만 응급의학과에 지원해 박봉에어려운 근무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진료해왔다"며 "평소 웃음을 잃지않던 그가 폐원을 앞두고 고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구씨는 "내년 1월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있었는데...소중한 일터와 가족같은 동료를 함께 잃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986년 개원해 성남의 대표적 서민의료기관이던 인하병원은 주변의 대형병원 개원, 의약분업 파동 등으로 적자 운영을 해오다 지난 2월 설립자측과의 소유권 분쟁에서 패소, 병원을 반환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일부 의료진은 인천 인하대병원으로 흡수될 상황이지만 전공의와 간호사, 일반직원 400여명은 실직의 위기에 처해있다.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집회를 갖고 폐원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들도범시민대책위를 구성, 성남시에 시립병원으로의 전환 등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