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700조원대의 미국 연방채권을 위조해 국내로 밀반입한 뒤 이 중 일부를 유통시킨 대규모 밀수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강인철.주임검사 김형욱)는 4일 필리핀에서 위조한액면가 1억달러와 5억달러짜리 미 연방채권 2천950여매 5천900억달러(한화 약 700조원) 상당을 국내로 들여와 일부 유통시킨 혐의(관세법 위반)로 밀수.유통총책 최모(48)씨와 국내 유통책 홍모(51)씨 등 10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필리핀 현지의 한국인 위조총책과 필리핀 위조기술자 등 13명의 신원을 확보, 추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달 10일 부산항을 통해 필리핀에서 위조한 미 연방채권 2천700여매 4천650억달러 상당을 가구와 대리석인 것처럼 속여 밀반입하려한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지난 1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5억달러짜리 위조채권 250매 1천250억달러 상당을 항공화물편으로 국내에 밀반입한 뒤 사채시장 등을 통해 유통시킨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밀수.유통총책인 최씨는 청와대 비자금 조성 담당직원을 사칭해 범행자금을 조달하고 조직원을 모았으며 유통책들도 검찰직원 등을 사칭해 위조채권을사채시장에 유통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위조한 미 연방채권은 미 재무성이 대공황 이후 대량의 자금조달을 위해발행한 장기채권으로 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사채시장에서 미 연방채권에 대한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검찰조사 결과 이들은 이 연방채권을 위조할 경우 진위여부 확인이 어려운 점을이용, 위조된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1월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한 5억달러짜리 위조채권을 담보로 서울지역 사채시장에서 1억2천500만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이 위조단계에서부터 3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준비해온 점에 비춰 유통된 위조채권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김상현기자 josep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