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50)씨가 지난해 3월 떼강도 사건때 범인들에게 빼앗긴 돈은 정확히 얼마나 될까. 피해자였던 김씨는 사건 한달 남짓 후인 지난해 5월11일 경찰에 피해액이 각종 채권과 현금, 미화 등을 합쳐 90억여원에 달한다고 신고했었다. 내역을 보면 국민주택채권 443장(39억6천만원), 고용안정채권 17장(1억7천만원), 증권금융채권 170장(49억4천만원) 등이다. 그러나 경찰이 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신고한 피해 채권 목록에서 누락된 도난채권도 있었음이 밝혀졌다. 김씨 스스로 얼마를 잃어버렸는지 정확히 몰랐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일부러 누락 신고했다는 얘기다. 경찰은 지금까지 검거된 범인이 갖고 있던 것과 사채시장에 유통되던 장물을 포함, 모두 68억여원어치 채권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중 49억여원은 `가환부' 형식으로 김씨에게 되돌아갔고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특검에서도 근무했던 장모(44)씨가 사채시장에서 사들인 19억여원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경찰은 또 31억여원어치 증권금융채권이 장씨 수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이 추산한 총피해금액은 99억여원. 회수된 68억여원에 미회수액 31억여원을 더한 수치다. 그러나 일부 범행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훔친 돈이 180억여원에 달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김씨 신고액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김씨는 또 경찰에 피해 채권 목록을 제출한 때와 비슷한 시기에 검찰에도 피해액을 신고했는데 이 내용이 또 달라 의문을 낳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액수는 명기되지 않은 채 도난 채권의 숫자만 나와있는데 경찰에 밝힌 내역과 달리 `국민주택채권 336장, 고용안정채권 15장, 증권금융채권 194장'으로 돼 있다. 검찰에는 국민주택채권은 줄이고 증권금융채권은 늘려 신고한 셈이다. 이 시기는 대략 경찰들이 9인조 떼강도 일당 중 일부를 검거했던 때로 김씨가 범인 검거와 함께 회수된 채권을 빼고 신고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비슷한 시기 경찰과 검찰에 각기 다른 액수를 신고한 점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4~5월 범인들 일당 중 7명을 잡아들이면서 이때까지 41억2천500만원어치 채권을 회수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들이 모두 잡힌 뒤인 5월말 도난채권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공시최고 신청을 하면서 모두 62억원 가량을 신고했다. 회수된 채권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기간이 짧게는 사나흘에서 길게는 일주일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41억여원이 회수된 상황에서 62억원을 추가로 신고한 셈이다. 만약 김씨가 회수된 채권을 빼고 공시최고 신청을 했다면 김씨의 피해액은 현금이나 미화 등 8억여원을 빼고도 103억원이 된다. 또다른 추산도 가능하다. 김씨가 신고한 증권금융채권은 모두 49억여원어치였는데 그중 지난해 5월까지 회수된 것만 이미 20여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해 12월 증권예탁원에 37억여원(130장)의 증권금융채권에 대해 도난신고를 했다. 중간에 추가로 회수된 금액이 없다고 해도 증권금융채권만 57억여원을 강탈당했다는 얘기여서 이 경우에도 피해액은 경찰 추산보다 늘어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