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LG생명과학이 국내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의 신약승인을 받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홍창용(洪昌容) 박사가 1일 오후 11시59분 뇌종양으로 끝내 숨을 거뒀다. 향년 45세. 서울대 화학과를 수석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원에서 유기합성 박사학위를 받은 고인은 1994년 미국 보스턴대에서 교수로 활동하다 LG생명과학으로 자리를 옮겨 '옥심(Oxime)' 구조의 획기적 신물질을 개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옥심은 기존 항생제보다 독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항균효과도 1백배 높은 물질로 LG는 이를 상품화해 미국 FDA의 신약승인을 받았다. 연구에 관한 한 '독종'으로 소문났던 그는 휴일에도 연구활동에 전념하는 등 신약개발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새벽까지 남아 연구하기도 했던 그는 FDA 신약 승인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뇌종양으로 쓰러져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당시 주변에서는 "쉬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괜찮다며 신약승인 준비 자료를 챙겼다고 한다. 그러나 올 1월 다시 쓰러져 대전 자택에서 줄곧 요양해 왔으며 세번의 수술 끝에 지난달 26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팩티브 개발 주인공은 회사가 FDA 신약 승인을 받고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 4월6일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동료들을 안타깝게 했다. 신약 약효실험이 성공했을 때 그가 연구원들 책상 위에 남긴 'Congratulations.We made it(축하해.우리가 해냈어)'이라는 메모는 이제 연구원들 사이에 개발성공 세리머니로 남았다. 그는 퀴놀론계 항균제 개발로 LG그룹 연구개발대상 최우수상,과학기술재단 선정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받았다. 저서로 '우리옆집 과학기술자' 등이 있으며 99년 아시아 차세대 리더 5백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강우경씨와 은영 성민씨 등 1남1녀.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4일 오전 7시30분이다. 3410-6903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