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사업 착공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 청계천 일대는 철거가 시작되는 청계고가도로와 고서적, 비디오테이프, 골동품등을 파는 노점상에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기념품을 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향수에 젖은 50-60대 장년부터, 청계천에 처음 와봤다는 2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온 유치원생 등은 청계천 7∼8가의 도깨비시장, 공구.조명기기 상점등이 즐비한 청계천 5∼6가, 전자제품의 `보고' 청계천 4가 일대와 인근 골목을 둘러보며 공사착공 이전의 마지막 풍경을 눈에 담았다. 공구상점들이 즐비한 청계천 5가 일대에서 고가도로를 배경으로 카메라 구도를잡던 김신웅(25)씨는 "내일부터 고가도로 철거 공사가 시작되면 청계천 풍경이 많이바뀔 것"이라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본래의 고가도로와 생동감 넘치는인근풍경을 찍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청계천 7가 도깨비시장을 처음 찾은 이주원(25.대학생)씨는 "착공 소식을 듣고 청계천 일대 풍경을 둘러보고, 기념사진도 찍기 위해나왔다"라며 "하천이 복원되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골동품에서 낚싯대, 비디오테이프 등 없는게 없는데다, 옛 모습이 남은 이 풍경이 사라질듯해 섭섭하다"고 말했다. 청계천 6가 헌책방에서 마지막 책을 고르던 이동길(71)씨는 "은퇴한 뒤 10여년전부터 종종 청계천에 들러 유적, 유물 등을 담은 고서적을 사다 봤는데, 공사가 시작되면 좋은 소일거리를 하나 잃은 셈"이라며 "한 시대가 가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말했다. 청계천 착공소식을 듣고 외손자에게 이 일대를 구경시키려고 나왔다는 김모(52.여)씨는 "우리가 어렸을 때 보던 물건들을 종종 볼 수 있던 이 일대에 작별인사를하러 왔다"며 "손자가 자라서 흐르는 청계천을 보며 뛰어놀 상상을 하니 위안은 되지만 섭섭한 것은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일대에서 20여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노점상들도 "고가가 내일부터 모두 허물어지는 것은 아니다"거나 "장사를 그만하라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반발하면서도,오랫동안 벗삼아 일해온 고가도로 철거공사가 시작된다는 데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