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공권력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노동계의 불법 집단행동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또한 요구조건을 관철시키려고 불법파업도 불사하는 노동계의 잘못된 관행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이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표방하던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철도파업을 앞두고 청와대 정부 검찰 등에서 강경대응을 한 목소리로 강조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노동계는 공권력 투입에 반발, 강경투쟁 방침을 밝히고 있어 노ㆍ정간 정면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산업현장 전반의 분위기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30일 시작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총력투쟁 열기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노동정책 기조 바뀌나 =친노(親勞)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국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던 참여정부로서는 철도파업이 시범케이스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화물연대, 조흥은행 사태 등 노조의 불법집단행동에 밀리며 잇따라 '백기'를 들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정부가 이번에 본때를 보여줌으로써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국민통합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그래서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식이 바뀐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파업의 정당성, 합법적 절차 준수 여부, 타협여지 등을 따져 불법이 명확할 경우 법에 따라 엄정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파업 중인 철도노조원에 대해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전원 해고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이날 "철도파업은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불법파업에 대해선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불법파업의 뿌리를 뽑아 노동운동의 흐름을 '멋대로'에서 '법대로'로 바꾸어 놓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철도노조 농성장에 대한 경찰력 투입에 대해 "적절한 조치였다"며 "앞으로도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달라"고 말했다고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전했다. 노 대통령은 28일 문 수석으로부터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대책을 보고받고 이같이 지시해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대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ㆍ정 정면 충돌 국면 =철도노조 파업에 정부가 공권력을 사용함으로써 노ㆍ정 관계는 단기적으로 급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노총은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며 대정부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29일 정부가 지난 4월20일 철도노조와의 합의를 뒤집고 철도파업에 경찰력을 동원한 것은 '배신'이라며 개별 사업장의 임ㆍ단협파업을 대정부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조흥은행 파업을 놓고 정부측과의 물밑 협상을 이끌었던 한국노총도 이번 철도사태를 계기로 30일 10만명의 조합원을 대거 동원, 강력한 총파업투쟁을 벌인다는 입장이다. 산업현장 열기는 높지 않을 듯 =철도파업 사태는 당분간 노ㆍ정 충돌로 확산되겠지만 산업현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철도파업이 임금이나 근로조건 문제보다 철도구조 개혁ㆍ개선 등 정치적ㆍ제도적 이슈에서 비롯돼 산업계 개별 사업장들이 동참하기는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 대우조선 등 대형사업장 노조들의 산별전환 무산으로 노조원들이 집행부의 강경노선에 잇따라 반기를 드는 분위기여서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총력투쟁 열기도 저조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조합원들도 이제 임금인상 등 자기의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추세여서 올해 산업현장의 노사관계는 의외로 안정을 보일 수도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