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150억원 비자금을 세탁해준 것으로 알려진 김영완씨의 2000년 3~4월 출입국기록이 당시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 현대 정몽헌회장 등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북송금과 관련한 김씨의 역할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특검팀이 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김씨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김씨가 정몽헌 회장에게 찾아가 "박지원 장관이 정상회담 준비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말했다는진술이 확보되면서부터. 박 전 장관은 특검에서 "김씨를 통해 현대에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고, 김씨와는 그리 가깝게 지낸 사이도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박 전 장관에게 150억원 양도성예금증서를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데 이어 이 돈을 김씨가 사채업자 등을 동원해 세탁해준 사실도 밝혀냈다. 특검팀은 2000년 6월 정상회담을 전후해서는 박지원-정몽헌-김영완 3자가 자주만난 사실도 확인했다. 박 전 장관은 '3자 만남'에 대해 "김씨가 금강산 선상 카지노사업 승인을 요청해 그냥 돌려보내자 정몽헌 회장을 앞세우고 와 '현대의 대북사업 적자를 카지노 사업으로 보전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0년 3~4월 김씨의 출입국 상황이 드러나면서 김씨가 대북경협이나 정상회담 추진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씨는 특검법 통과 직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지인들에게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씨에게서 140억원을 받아 세탁해준 사채업자 임모씨도 현정부 출범일 하루전 해외로 나가 돌아오지않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씨는 비자금 세탁부분에 주목해 조사하고 다른 행적에 대해서는 조사한 바 없다"면서도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을 아무도 예상치못한 상황에서 정세를 앞서 읽을 수 있는 '빅브라더'가 150억원 부분이 불거질 것을미리 예측하고 김씨를 출국시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79년 설립한 삼진통상으로 무기거래업을 하면서 국방부 무기도입에개입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인맥을 두루 형성한데다 일부 언론사 사주 등과도 친분이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검수사 공식종료와 함께 150억원 비자금 조사도 중단된 상태에서 김씨는 도난채권과 관련해 소송을 의뢰한 변호인에게까지 연락을 끊는 등 행적을 감추고 있어김씨에 대한 의혹은 한동안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