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조세회피지역에 역외펀드를 설립, 외국인으로 가장한 뒤 외화자금을 우회조달하거나 자사주식을 위장취득하는 등 불법을 저질러온 대기업이 적발돼 무더기로 사법처리됐다. 서울지검 외사부(부장검사 민유태)는 26일 지난 95∼2001년 사이 속칭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역외펀드를 불법 운용해온 나래이동통신 동양메이저 코오롱 아시아나항공 동아창투 등 5개사를 적발, 이 가운데 나래이동통신 대표 이모씨(41)와 동양메이저 투자사업본부장 추모씨(44)등 2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코오롱 동아창투 아시아나항공 등 나머지 3개사는 벌금 2천만∼5천만원씩 약식기소했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나래이동통신은 지난 97년부터 약 3년간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불법 설립한 역외펀드 4개를 통해 모두 2천8백만달러어치의 외환증권을 우회취득하고 이 펀드 자금으로 9백45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최대주주인 삼보컴퓨터의 경영권 확보에 도움을 준 혐의다. 나래는 특히 D제약 D창투 등에 자금을 빌려줘 역외펀드에 간접투자하는 수법으로 3∼4단계의 치밀한 자금세탁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동양메이저는 홍콩 및 케이만 아일랜드 등에 역외펀드와 해외법인 등을 불법설립, 당초 신고한 무역ㆍ제조업이 아닌 자금중개, 조달, 투자 등의 해외금융업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메이저는 역외펀드를 이용, 모두 5억달러를 조성했으나 이중 3억달러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6년 미국계 펀드에 환매조건부로 회사주식을 매각, 8천만달러의 외화자금을 조달했으나 이 주식값이 하락해 되사줘야 할 입장에 처하자 역외펀드를 설립해 자금을 조달한 것이 적발됐다. 이밖에 코오롱과 동아창투는 자신들이 설립한 역외펀드 명의로 외화를 차입해 쓰거나 자사주를 우회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재산도피나 주가 조작 등 역외펀드를 이용한 중대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상시감시체제를 구축, 엄벌할 계획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