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전국적으로 벌어질 노동계 하투(여름투쟁)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투'를 주도하는 민주노총 계열 강성노조의 투쟁에 대해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현 정부의 향후 5년간 노ㆍ사ㆍ정 관계의 대세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여 노동계 재계 정부 등 모두 초긴장하고 있다. 특히 철도분규-두산중공업 파업에 이어 조흥은행 사태에 이르기까지 일관돼온 '노동계 판정승' 기조가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하투'에 그대로 이어질지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얼마전 경제살리기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선언한 노무현 정부가 이번 하투를 계기로 '강성노동계와 거리두기 내지는 정면돌파'를 시도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정부가 강성노동계를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보고 '말로만 엄단, 실제론 타협'으로 갈 경우 가뜩이나 풀이 죽은 경제계의 활력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온건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과 정부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된 조흥은행 사태에서 노조는 3년간 독자경영 보장, 신한은행 수준으로의 임금인상 등 실리와 함께 합병 뒤에도 조흥은행 브랜드를 살리는 명분까지 얻었다. 온건파인 한국노총 계열의 조흥은행 노조가 파업투쟁을 통해 기대 이상의 전과(?)를 얻는 것을 지켜본 민주노총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하투' 대세는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사태는 여름투쟁을 주도하는 현대자동차 등 강성노조들이 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제도적 이슈를 내걸고 '파업을 적극 활용하는 벼랑끝 전략'을 쓰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조흥은행 사태 등을 통해 '파업하면 얻는다'는 정서가 노동계에 뿌리내리고 있다"며 "정부가 이번 '하투'에서 정치적으로 타협할 경우 '경제살리기'는 물건너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투의 핵심이 단위노조 중심의 근로조건 등이 아니라 상급단체가 내세우는 정치적인 이슈들이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우선 하투의 신호탄인 지방 3개 지하철 파업투쟁에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노조는 정부가 이미 받아들일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일축한 △1인 승무제 철폐와 안전운행을 위한 인원 확보 △외부용역철폐 △대정부 직접 교섭 등을 요구하며 파업이란 '벼랑끝 전략'을 펼칠 태세다. 28일 총파업을 선언한 철도 노조도 "철도를 공기업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철도구조개혁법안은 서비스저하와 국가의 책임회피,노동권보장 부재 등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보다는 정부 정책을 문제삼고 있다. 이번 하투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간 선명성 경쟁도 가세, 파업 양상은 더욱 복잡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조흥은행 사태를 지휘했던 한국노총은 예정대로 30일 총파업을 벌여 그동안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노조'란 이미지를 벗고 '강성 이미지'를 과시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30일 총파업에 LPG 면세지급을 주장하는 전국택시노련과 이미 쟁의조정신청을 마친 금융노조 등 3백여개 사업장 20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노총 산하 서울시내버스노조는 21일 긴급 중앙위원회를 열고 30일 파업 동참을 결정했다. 이날 총파업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 근로복지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사회안전망을 책임지고 있는 공공부문 노조도 참여할 예정이다. 민주노총도 이에 앞서 25일 4시간 부분파업을 통해 "개혁후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정부"를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노총은 △경제자유구역법 폐기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40시간 근무제 도입 △비정규직 문제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