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지방대학들이 '교육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경쟁적으로 한의학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의학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교명을 바꾸거나 관련 연구소를 세우는 지방대도 늘고 있다. 22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2004년 학생 정원조정 계획'을 제출한 64개 대학중 충북대 공주대 순천대 삼척대 등 국립대 6개와 청주대 중부대 등 5개 사립대 등 11개 대학이 한의학과 설립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4일 보건복지부가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국립 한의과대학 1곳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공주대 이금배 기획연구처장은 "10여년 전부터 한의학과 설립을 추진해 왔다"며 "한의학과가 만들어지면 대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대인 청주대 관계자는 "정부가 국립대에만 한의대를 설치하는 것은 '경쟁을 통한 대학발전'이라는 정책방향에 어긋난다"며 "지역 주민과 함께 한의학과 설립 운동을 벌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한의학과 설립 심사 자체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교육부 김원찬 대학행정지원과장은 "한의학과는 2004학년도 설립·증원대상이 아닌 만큼 신청하지 말라는 공문을 지난 5월 대학에 보냈다"며 "한의사 인력 과잉을 주장해온 보건복지부가 국립한의대 설립이라는 앞뒤 안맞는 정책을 내놔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신청하지 않은 대학중 충남대가 지난 4월 한의학과 설립준비위원회를 만들고 부경대가 '한약재 개발연구소'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안동대, 강릉대, 목포대 등이 한의학과 신설을 준비 중이다. 한편 경산대는 지난 1일 대구한의대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한약학과(정원 40명)와 물리치료학과(40명), 임상병리학과(40명)를 신설하는 학제개편안 인가를 정부에 신청했다. 대구한의대 관계자는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한방바이오산업 육성에 집중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