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정상회담을 전후해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함께 '3자모임'을 자주 가진 것으로 드러난 재미사업가 김모씨의 '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역할과 실체가 중요한 수사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씨는 과거 국내에서 손꼽히는 무기중개업체를 운영했으며 93년 8월 율곡사업과 관련, CH470 헬기를 수입한 무기 중개업체 대표로 국방위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00년 4월께 정회장을 찾아가 "박장관이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와 있다. 특검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받은 150억원으로 1억원권 CD(양도성예금증서) 150장을 구입해 박 전 장관에게 건넨 뒤 박 전 장관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김씨의 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 '3자모임'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특히 사업차 출입국이 잦았던 김씨가 지난 3월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뒤 석달째 귀국하지 않고 있는 점과 김씨 회사 직원 임모씨 역시 참여정부 출범일 하루전이자 국민의 정부 마지막날인 지난 2월24일 출국해 귀국하지 않고 있는 점에 의문을 두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이런 의혹에 대해 "돈문제는 전혀 듣지 못했으며 돈을 받았다면 정회장을부터 직접 받지 왜 굳이 김씨를 통해 받았겠느냐"고 수뢰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18일 오후 서울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김씨는 98년께 문민정부 장관출신 인사 소개로 알게 됐으며 김씨가 정회장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라고 해 정상회담을 전후해 여러차례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장관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2000년 5월께 박장관을 찾아와 카지노 사업권 승인을 부탁했으나 당시 정선카지노에 대한 여론악화로 불가입장을 통보받자 나중에 금강산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정몽헌 회장과 함께 다시 찾아왔다. 이 자리에서 정회장은 "현대가 금강산 사업으로 많은 손해를 봤으니 카지노 사업으로 적자를 보전하게 해달라"며 사업권 승인을 부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언론과 껄끄러운 일들이 적지 않았던 박 전 장관은 유력 언론사 사장 등과도 친분이 있는 김씨의 도움으로 언론사 간부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는 등 상당한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