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 18일. 일선 점포는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의 '짜증'과 업무 처리에 정신 없는 직원들의 '당황'으로 '혼돈' 그 자체였다. 점포내 대기번호표에 찍힌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커져갔다. 일부 점포에서는 고객들이 '내 돈 빨리 돌려달라'며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 단순 업무만 이뤄져 "기다린지 40분이나 지났는데 얼마나 더 기다리라는 거요." 18일 오전 10시30분, 조흥은행 남여의도 지점. 여기저기서 고객들과 직원들간 언성이 높아져 갔다. 창구업무를 위해 점포내 비치된 직원용 의자는 12개. 이중 10개는 비어있다. 단 2명의 비노조원만이 나와 '밀려드는'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30분 이상을 기다려 창구직원을 만나더라도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업무는 입금 출금 이체 단 세가지로 제한됐다. 대출 카드 외환 수익증권판매 업무는 담당직원이 없어 이용할 수 없었다. 조흥은행측은 오전 9시 현재 총파업 때문에 문을 닫은 점포수는 23개라고 밝혔다. 나머지 4백48개 점포에서는 단순 업무(입출금 및 이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업불가능 점포수는 50여개(오후 1시30분), 1백여개(오후 2시30분)로 늘었다. 한편 조흥은행 노조측은 이날 파업 참여 인원수를 정규직의 90%인 6천여명이라고 밝혔다. ◆ 거래기업 비상 조흥은행과 거래해온 기업들은 대출 및 결제, 수출입 금융 업무의 차질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조흥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고 있는 금호의 경우 금호타이어가 비상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사태 장기화시 단기자금 운용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역시 조흥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롯데는 은행 전산망이 마비될 경우 이미 발행된 어음을 교환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 대응방안을 검토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어음 교환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어음 교환처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경우 어음 교환시 추가 수수료 지불, 시간 지연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이 주채권은행이 아닌 기업들도 월급 지급 및 대금 수납 등에서 일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MMDA 등 예금인출 잇따라 남여의도 지점을 찾은 이선대씨(31)는 "회사(자동차도장설비업체)가 투자한 수익증권 60억원을 찾으러 왔지만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은행본부 신탁부가 승인을 내려주지 않아 인출이 어렵다는 얘기를 지점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돈을 못 찾아 큰 일"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조흥은행 각 점포에는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 예금(MMDA) 인출을 요구하는 고객들도 많았다. MMDA를 찾으러 온 한 고객은 "MMDA의 장점은 수시로 돈을 넣고 뺄수 있는 점"이라며 "파업이 지속되면 출금이 어려울 것 같아 미리 돈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들어 조흥은행에서 빠져 나간 예금은 지난 16일 현재 1조4천1백3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업이 본격화된 후 하루 인출 예금은 5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금 인출사태와 관련, 조흥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유동성이라면 향후 일주일은 문제 없이 예금을 돌려줄 수 있다"며 "예금 인출이 심화될 경우 한국은행에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빌려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철규ㆍ조재길 기자 gray@hankyung.com